처음 'I LOVE YOU'음악감독 제의를 받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4년 당시만 해도 큰 무대의 뮤지컬에만 많은 관객이 몰렸다. 작은 무대의 뮤지컬들은 근근이 연명하는 정도였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라이브 연주라 해도 최소 4~5인조의 밴드가 구성되어야 가능했고 악기는 더 늘어날수록 풍성한 음악일 수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우리의 틀을 깨지 못한 고정 관념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연을 보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단 두대의 어쿠스틱 악기로 오케스트라 이상의 음악을 완성함에 찬사를 보내주었다. 단 4명의 배우와 2명의 연주자로 채워지는 완벽한 무대. 뮤지컬 'I LOVE YOU'의 기적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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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다양함
클래식에서 재즈, 발라드, 블루스, 가스펠, 탱고, 락... 'I LOVE YOU'엔 없는 음악이 없다.
남녀의 만남으로 우리네 일생을 그려내면서 마치 때로는 재즈 같지만 때로는 클래식 같은 우리의 생활들을 음악을 통해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 공연 시작에 흐르는 아카펠라의 선율은 신이 우주 안에 남녀를 창조했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Cantata for a first date'에선 경쾌하면서 클래식스러운 리듬에서 갑자기 레게로 바뀌는 유머도 있다. 'Tear jerk'에선 액션 영화와 멜로 영화음악을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영화를 보는 남녀의 묘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마음은 50년대 doo-wap 리듬으로, 결혼은 탱고로, 기다림은 블루스로, 엘비스를 추종하는 한 중년남자의 드라이브는 멋진 락으로 표현된다. 그 뿐 아니라 서먹한 커플의 첫 만남을 더 서먹하게 하는 시계 초침 소리며 맞선 남에게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은 노처녀의 얼떨떨함도 아기를 키우며 아기처럼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까지 두 가지 악기만으로 못 해내는 게 없다.
혹독하지만 자유로운 매력
처음으로 악보를 열어보던 날, 오래 전 졸업 연주를 연습하던 그 날이 연상될 정도로 악보의 난이도는 상당했다. 그만큼 완벽한 연주를 필요로 하는 완벽한 악보였다. 작곡자인 Jimmy Roberts는 맨하탄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의 음악은 듣기엔 한없이 부드럽고 쉽게 들리지만 연주자에겐 한없이 혹독한 연습을 요구한다. 혼자 외로운 연습을 하다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고민하며 고독한 해결을 했던 기억도 새록하다. 'I LOVE YOU'를 거쳐 간 많은 연주자들의 공통된 즐거운 하소연들이기도 하다. 연주를 할 때면 완벽한 악보 앞에서 미스터치에 대한 공포감이란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극복하는 순간 연주의 자유로움 또한 느끼게 해주는 것 또한 이 공연의 묘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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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앞에 겸손해지다.
'I LOVE YOU'의 음악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악보 또한 교과서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만약 악보의 모든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았을 때는 상당한 재미를 손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완벽하다. 사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음악적인 교본이 되었으면 할 정도이다. 뮤지컬에서 악보란 또 다른 대본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수업할 때도 'I LOVE YOU'의 악보는 리듬과 선율을 먼저 공부하지 않는다. 그전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 까지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분석하도록 한다. 그런 습관이 모든 악보들 앞에서 겸손해지게 하는 좋은 결과를 낳게 했다.
I love 'I LOVE YOU'
'I LOVE YOU'의 음악은 드럼과 베이스기타가 없어도 올갠과 기타가 없어도 밴드의 하모니가 들린다. 웅장한 관악기와 현악기가 없어도 오케스트라가 들린다. 무대의 위쪽 한켠에 자리했던 연주자들은 마치 또 다른 한 커플을 보는 듯 했고 4명이 연기 하는 무대의 2명의 연주자는 굉장한 수 였을 것이다. 마지막 Exit Music을 연주할 때 까지 관객은 한 사람도 일어나지 않고 배우에게 보냈던 박수보다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마치 콘서트를 마친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의 쾌감을 연주자들은 느낀다. 어느 공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지난 시즌부터는 MR을 사용하고 있지만 다시 라이브 공연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한 신에 한곡, 모든 것을 음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뮤지컬. 어쿠스틱 같은 우리네 사랑과 인생을 어쿠스틱하게 만들어 낸 'I LOVE YOU'는 가장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다. 그리고 이 계절에 우리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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