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군대 가라고 해서 미안해…꿈에라도 나와줘"

[현장] 천안함 해군장 시작…유족들 '오열', 슬픔 못이겨 실신하기도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넋을 기리는 5일간의 해군장이 25일 시작됐다.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내 체육관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일반 조문객에게도 분향소가 개방된 가운데, 희생자 가족들과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군 고위관계자 등이 먼저 분향소를 찾아 향을 살랐다.

군이 희생자 전원에게 1계급 진급을 추서해 고(故) 이창기 원사는 준위로, 고 남기훈 상사는 원사로 진급한데 맞춰 영정이 마련됐다. 다른 장병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시안(최형락)

다시 터진 눈물…분향 시작

앞서 오후 1시경부터 희생자 가족 대표단이 먼저 분향을 시작했다. 가족들은 아래 위로 검은 상복을 입고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슬픔을 달래기가 힘에 겨운 모습이었다.

분향소는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고 민평기 중사의 모친은 아들의 영정 앞에서 "내새끼 어떡하면 좋으냐"며 흐느꼈다. 고 최한권 원사의 모친은 연신 "억울하다"며 오열했다.

특히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고 이창기 원사의 가족 김창호 씨는 "우리는 아직 시신도 못 찾았다"며 눈시울을 붉혀 주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희생자 가족 일부는 자식들의 희생을 애도하기에는 합동분향소가 초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희생자 가족 일부는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아직 가족의 사망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은 천진한 모습으로 분향소를 뛰어다녀 희생자 가족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 최한권 원사의 어린 조카는 "큰 아빠, 안녕하세요"라며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아직 장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두고 희생자 가족 어른들은 조문객을 맞이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큰 짐으로 보였다.

▲ 정운찬 국무총리 분향 ⓒ사진공동취재단

정운찬 총리 조문… "희생자들 우리 시대의 영웅"

오후 1시 32분경 정운찬 국무총리 일행이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국무위원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대동한 정 총리는 수병이 건네는 국화꽃을 받아들고 영정 앞으로 가 대표로 분향한 후 묵념했다.

분향을 마친 정 총리는 상주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했다. 고 박정훈 병장의 아버지는 정 총리가 위로를 건네자 다시 오열했다. 정 총리 역시 울먹였다.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 꿈에서도 (아들을)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정 총리는 방명록에 "당신들은 우리 시대의 영웅들입니다. 명복을 빕니다. 국무총리 정운찬 외 국무위원 일동"이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기자들 앞에 서서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모두 기운 내기를 바란다"며 "특히 어린 아들과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나도 아홉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위로했다"고 했다. 정 총리는 14살의 나이에 상주가 된 고 이창기 준위의 아들 이산 군에게 이 같이 말하며 위로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군 책임자로서 이 같은 희생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모님들께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모두 다 젊은 아들들이었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 해 돌아가신 분들에게 예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위원들이 나간 후 오후 1시 47분경부터 다시 가족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곧 이어 "우리 아들 살려내, 이놈들아!" "아빠왔다. 내 새끼야." "엄마는 어떡하라고…." "엄마가 군대에 가라고 해서 미안해" 등의 말이 흐느낌과 뒤섞여 분향소를 채웠다. 고 이창기 준위의 아들 이산 군은 결국 엄마의 품에서 흐느꼈다. 모친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실신했다.

전국서 분향 시작

희생자들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는 가족들을 위한 자리 등이 마련됐다.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은 의전 서열순에 따라 일렬로 모셔졌다.

영정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 김양 국가보훈처장, 허남식 부산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조화가 늘어서 있었다. 오른편에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부 장관, 이상의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의 조화가 자리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적십자 평택 남부봉사회 등에서는 8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분향소에 왔다. 한 봉사자는 "평택 봉사회 전체가 봉사를 결정했다"며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식사 지원 등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향소 내부에는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테이블이 46개 설치됐다. 일부 자리는 비어있었다.

분향소 외부 잔디마당에도 천막 99동이 마련됐다. 이곳은 희생자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조문객을 맞이하도록 가족별 대기실로 쓰인다.

오후 2시를 기해 일반인 조문객도 합동분향소를 찾을 수 있다. 자가용을 타고 온 조문객은 차에 탑승한 채 출입이 가능하며,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조문객은 사령부가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부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한편 서울광장 등 전국 16개 광역도시와 90여곳 군부대에도 분향소가 설치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해군장(5일장)이 끝나는 오는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군은 조문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영결식날인 오는 29일에는 희생자 46명 전원에게 네 번째 무공훈장인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다. 희생자들의 시신과 유해는 모두 대전 국립현충원 합동묘역에 안장된다. 안장식은 오후 3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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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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