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은행 신용등급 강등…전세계 금융위기 먹구름

[분석] "은행 위기, 정부가 도와줄 가능성 적어졌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계 국제신용평가업체들까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키는 악역을 맡더니, 이번에는 가장 친정부적이라는 세계 최대 평가업체 무디스도 21일(현지시각) 미국의 3대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강등해버린 것이다.

▲ 파산 위기 가능성이 끊이지 않던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등급이 마침내 미국계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 의해 두 단계나 강등됐다. ⓒAP=연합
미국 3대은행 신용등급 동시 강등 사태, 금융위기 또 재발?

이날 무디스는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해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의 3대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고, 여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메디오방카 등 이탈리아 은행 7곳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중심국'으로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어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주요 은행들마저 무더기로 신용등급이 깎여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14일 프랑스의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의 3대 은행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깍았다.

무디스는 유럽 재정 위기로 인한 자본 잠식이 심한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등급을 강등했으며, 1위 은행 BNP 파리바에도 같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NP 파리바 역시 최근 두 달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이 날 정도로 위기에 몰려 카타르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다.

프랑스 은행들이 이처럼 부실해진 요인 중 하나는 이탈리아 국채를 유난히 많이 보유했기 대문이다. 금융권 부실로 프랑스는 '트리플 A' 국가 중 미국처럼 신용등급이 깎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신용평가업체들이 금융위기 불 지피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와 은행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3년만에 유럽은행들의 연쇄 파산으로 시작해 미국까지 번지는 형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업체들이 도와주지 못할 망정 불을 지르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혹시나 특단의 통화정책이 내놓을지 주목받던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 결과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기껏 내놓은 통화정책은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매입해 장기금리 인하를 도모하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도에 그친 반면 "전세계 경제 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암울한 진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폭등, 코스피 폭락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2% 중반의 폭락세를 보이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0원선에 육박하고, 이제 환율이 1200~1500원대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 지수도 폭락세를 보이면서 1800선이 붕괴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다시 심각해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년전에는 연방정부가 금융권 파산을 막아줬지만 이번에는 그럴 여력이 없다는 점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깎인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BoA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2단계 하향 조정하는 등 3대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춘 배경에 대해 "대형은행들이 재정적으로 위기를 맞을 경우 미국 정부가 내버려둘 가능성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BoA는 전세계 금융업체들과 수많은 고객들과 연결된 초대형 은행이기 때문에 BoA가 파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BoA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엄청난 부실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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