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프랑스 쇼크'…'글로벌 금융위기' 증폭

<FT>"다급한 프랑스 등 4개국만의 공매도 금지, 역효과 부를 것"

미국이 최우량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된 이후 AAA등급 국가 중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유럽의 부채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간판급 은행들이 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해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 소문이 확산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FTSE 등 유럽의 주요 증시가 폭락사태를 빚자 프랑스 등 4개국이 12일부터 15일간 공매도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 ⓒAP=연합

프랑스 3대은행들 주가 폭락

프랑스 제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불과 2주 사이에 주가가 3분의 1이나 빠졌으며, 1위 은행 BNB파리바와 3위 크레디아그리콜은 20% 하락했다.

이처럼 유럽의 주요 은행들에 대한 부실우려가 커지자 유럽 은행들 사이에서는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 상대방 위험)'이라는 용어가 부쩍 많이 거론되고 있다.

카운터파티 리스크는 계약 상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을 뜻하며, 지난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도 카운터파티 리스크의 희생양이 되었다. 리먼은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큰 업체로 지목돼 하루아침에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바 있다.

'카운터파티 리스크',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고조

이와 관련, 1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은행들이 단기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유로권 은행들이 서로 빌려주는 3개월짜리 대출금리와 하루짜리 금리 차이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T>는 "유럽 은행들이 서로 자금을 빌려주길 점점 꺼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날 소시에테제네랄의 선순위 채권은 하룻만에 0.31%포인트가 오른 3.68%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다.

프랑스 국채 부도 위험 급상승

프랑스의 국채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도 급격이 상승했다. 충격적인 것은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멕시코, 체코, 미국 등 '트리플 A'가 아닌 하위 등급의 국채들보다 CDS프리이엄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CDS는 국채 부도 위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흔히 국채 디폴트 위험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국채가 이처럼 수모를 당하는 이유는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해 프랑스 은행들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은행들은 유로존 3, 4위의 경제대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디폴트 위기에 몰리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국채를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크레딧글로벌의 유로지역 이코노미스트 마르코 발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어려워진다면 프랑스가 흔들리지 않을 나라로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스 등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뿐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의 국채마저 손실 처리할 가능성이 커지면 사실상 프랑스 등 유럽 은행들의 부실화를 수습할 방안이 없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시에테제네랄은 그리스에 물린 채권 3억9500만 유로(약 6000억원)어치를 손실 처리해 2분기 순익이 1년 전보다 31%나 줄었다는 실적을 발표하고, 아직도 그리스 채권을 26억5000만 유로(약 4조원)나 보유해 내년에도 수익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현재 유럽 은행들 중 그리스 국채로만 20% 정도를 손실 처리해야할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조치, 리먼 파산 당시 반응과 비슷"

이처럼 프랑스의 간판은행들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자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 모두 공매도를 일정기간 금지시키는 조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EU 차원의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자 결국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등 부채위기로 흔들리는 4개국만의 합의에 그쳤다. 일단 이들 4개국은 12일부터 15일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만의 합의와 규정의 통일성도 없어 역효과만 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파생상품까지 포함시켰지만, 프랑스는 11개 은행과 보험사에 한정하고 주식과 전환사채에만 공매도 금지를 적용하는 식으로 들쭉날쭉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조치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FT>는 "당시 영국의 금융당국은 단독으로 금융업체 주식들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시켜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경솔한 정치적 반응이며, 정치인들은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을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조치는 하루 이틀 주가를 떠받치는 효과를 줄 뿐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매도의 달인'으로 불리는 펀드 매니저 짐 채너스는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은 투기꾼이 아니라 금융업체끼리 상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2008년 9월 공매도 금지 직후 그해 10~12월 사이에 은행간 대출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지난 2008년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한 영국은 이번에 공개적으로 공매도 금지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05년 코넬대가 111개국의 공매도 규정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공매도 금지조치는 시장 붕괴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IMF도 2008년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역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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