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채 폭락, 유로존 중심국에 대한 시장의 공격"

[분석]"유럽재정위기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상황"

11일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12일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47.43포인트(-2.2%) 하락한 2109.73으로 마감하는 등 연일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의 국채가 흔들리는 모습에 시장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재정위기로 부도설이 나도는 그리스 같은 유로존의 소규모 경제국들의 국채가 폭락하는 것과 이탈리아의 국채가격이 급락하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로존 몸통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이탈리아는 '구제금융 3인방'인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합친 것보다 경제규모가 2배나 큰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일 뿐 아니라, 유럽 최대의 채권시장이다. 따라서 그리스처럼 재정적자 규모나 부채 규모만으로 국채 가격이 폭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미성년자 성매수 등 온갖 추문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재정위기까지 몰아치고 있다. ⓒAP=연합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서는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통상 지속가능한 수준의 기준이 되는 5%를 넘어 5.57%까지 치솟은 이날의 상황에 대해 "유럽의 재정위기 18개월 기간 중 가장 드라마틱한 날 중 하나"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시장이 그리스 등의 유로존 주변국들의 재정위기에 대해 유로존의 근본적인 해법이 좀처럼 도출되지 못하자, 드디어 유로존의 몸통을 공격하고 나서며 강력한 경고음을 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투자전략가 짐 리드는 "지금처럼 유럽이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다루다는 식이라면 이탈리아가 문제가 될 경우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경고"라면서 "이탈리아는 상환할 부채만 무려 1조6000억 유로(2조 2400억 달러)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향후 5년간 이탈리아 정부가 상환해야 할 만기 채무만 9000억 유로에 달하며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도 1200억~1300억 유로에 이른다.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신흥국들도 위험"

전세계 400여개 대형은행을 대변하는 세계최대 은행연합인 국제금융협회(IIF)도 "최근 며칠 사이 시장이 악화된 것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을 막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접근이 즉각 요구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의 공격 대상에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로존 4위의 경제국인 스페인도 포함돼 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6%를 넘어서면서 유로존 가입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에 놀란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8시간의 격론 끝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보다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위해 지난해 5월 4400억 유로 규모로 조성된 EFSF는 이미 그리스에만 1100억 유로의 지원이 결정되는 등 사실상 고갈 상태다. 이탈리아는 구제금융 대상이 되면 약 6000억 유로가 필요하고, 스페인은 약 3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이 요구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어떡해서든 유럽의 주변국의 재정위기가 중심국으로 전염되는 사태만큼은 피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날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향후 몇 년간 신흥국도 포함해 더 많은 나라로 확산되면서 국채가 위험 자산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BIS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신흥국들도 국가 채무 상황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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