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혐오와 차별, 내 아이에 옮아갈까 겁난다"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맞아 열린 '코로나19 인종 차별 증언대회'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수도권에 사는 에티오피아 난민 그룹은 자체 모금해 마스크를 구입해서 보냈다. 이번 주에는 대전에 보낸다. 그리고 피가 부족하다니 헌혈 캠페인을 하고 있다. 김포에 정착한 줌머인 난민들도 이런 위기는 같이 해야 한다며 120만 원을 모금했다. 난민과 이주민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같이 노력하며 버티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국가인권위가 중국 출신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중국 출신자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 부당한 대우에 분노를 토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도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어떤 공격을 받게 될지 잘 알고 있다. 혐오와 차별이 내 아이에게 옮아갈까 겁이 난다'고 공포심을 드러내며, 지역 차원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협조하고 있는지를 역설하는 자리였다."

이주민단체 활동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 공적 마스크와 같은 국가 정책이나 지자체 정책, 그리고 시민들의 마음에서 외국인을 배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외국인노동자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공동행동이 세계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민주노총에서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 차별의 민낯 증언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외국인들이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해고, 출입금지 등의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호 이주민센터친구 변호사는 "'즐겨 찼던 식당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일하던 곳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등 일상에서 혐오와 차별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중국인이 많다"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점은 어른들의 혐오가 청소년이나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주, 천안 등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바이러스 전파자로 취급해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 사람은 정상적으로 출퇴근하고 있는데도 이주 노동자만 막아서 억울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 ⓒ프레시안(최용락)

고용유지지원금, 공적 마스크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국가정책에서도 외국인은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건설, 가사도우미, 간병인, 식당 등 일하는 곳에서 그만두게 하는 일이 늘었다"며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미등록 외국인 39만 명, 단기체류자와 관광 통과 46만 명, 유학생 10만 명은 공공 마스크 구매가 불가능하다"며 "한국이 코로나19를 민주적이고 질서 있게 통제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마스크 보급에서 외국인을 차별하면 세계가 인종차별국가라는 오명을 안겨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날 매해 세계 인종 차별의 날 열어온 집회를 갈음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을 염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 충분한 정보 제공 △ 평등한 공적 마스크 구매기회 부여 △ 사회경제적 타격을 받은 이주민, 난민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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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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