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다'... 반중 혐오 조장 앞장서는 언론의 민낯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 어긋나는 기사 수두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면서 중국인을 타깃으로 해 시민의 우려를 조장하는 혐오성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이 약자 혐오에 앞서는 형국이다.

29일 <헤럴드경제>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르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기사에서 "(이곳을 가보니)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바닥에 침을 뱉는 행인들도 많았다"며 "대림중앙시장 공영 주차장 쪽 흡연금지 구역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아울러 "일부 행인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중국인 또는 화교처럼 보이는 사람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노상에 진열해 판매하는 행태나 흡연구역에서 가래침을 뱉는 행태, 마스크를 미착용한 모습은 '중국인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끼워 맞춘 기사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감염증 유행 우려가 커진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감염증 유행 우려로 커진 반중 혐오 정서에 편승하기 위해 작성한 기사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헤럴드경제>의 29일자 대림동 르포 기사. ⓒ헤럴드경제 기사 캡처

가십을 주로 다루는 매체 <인사이트>는 지난 25일 '국내 첫 '우한폐렴' 확진 중국인 여성 치료비...정부 전액 부담'이라는 기사에서 '중국인 여성 치료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는 논조로 "빠르게 감염병 확산을 막고 조기에 종료시키는 게 사회적 비용 차원에서도 이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시행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일반적 사실 전달 기사에 가깝지만, 제목은 전형적인 혐오 독자 '낚시'에 가깝다. 반중 정서가 확산함에 따라 상당수 누리꾼은 '중국인이 우리의 세금을 자신의 의료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다.

<중앙일보>는 29일자 '차이나인사이트' 코너에서 중국인의 박쥐 섭식 식습관을 재앙의 뿌리로 지적하고, 2003년 사스 사태 당시도 중국인의 식습관이 문제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사실 전달을 빌미로 반중 혐오 정서를 키우는 '논리'를 채워나가는 전형적 보도 행태다. <연합뉴스>의 29일자 '"중국 다녀온 학생들 돌아오는데"...대학가 신종코로나 공포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 , <한국일보>의 '"죽기 싫습니다" 우한 폐렴에 중국 불매 운동 '노 차이나'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보도는 단순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나열하면서 대중의 특정인/특정 집단 혐오를 조장한다.

이와 같은 보도 행태가 대중의 중국인 혐오 감정을 자극한 결정적 사례는 SBS의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내용의 보도다. SBS는 해당 기사가 중국인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일어나자 해당 기사를 소개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했다.

언론의 보도는 폭발력을 갖는다.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의 자기반성 없는 보도행태는 정치권으로, 누리꾼의 여론장으로 들불처럼 옮겨 붙기 쉽다. 배달 노동자들의 중국인 밀집 지역 배달 금지 요청 논란, 일부 극우 정치인의 당당한 혐오 정서 공개 태도가 이 같은 부작용을 입증한다.

소개한 언론사 대부분은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을 둔 곳이다. 한국기자협회 실천요강 '2. 취재 및 보도'의 11항은 '지역·계층·종교·성·집단간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상호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 취재와 보도의 13조는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14조는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1장 '민주주의와 인권' 2항은 '언론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편향되거나 차별적인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했다. 제5장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은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하며 '이주노동자 등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전염병 원인 제공자 등으로 몰아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보도들은 모두 이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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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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