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특혜법' 논란 인터넷은행법, 국회 본회의서 부결

박용진·추혜선·채이배 반대토론 '성과'…통합당 항의하며 퇴장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예상을 뒤엎고 부결됐다. 이 법안은 여야 지도부 합의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와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 진보 성향 의원들이 본회의장 반대 토론에 나서 막판 호소를 펼친 것이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국회는 5일 본회의에서 23번째 안건으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상정했다. 박용진 의원과 추혜선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지만,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인 만큼 무난한 통과가 점쳐졌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재석 184인에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 부결이었다. 예상 외의 결과에 본회의장에선 일순 소란이 일었다. 특히 법안 통과를 주장해 온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결국 국회 본회의는 다음 안건을 심의하던 중, 교섭단체 간 협의를 위해 정회됐다.

전날 법사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 사업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법안 주요내용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 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기존 한도(4%)를 넘어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 반대토론과 공개 입장문을 통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 사업자본의 사(私)금고화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상식을 거스르는 규제완화가 그간 있었던 우려나 문제점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법, 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등에는 공정거래법과 조세처벌법 위반 유무가 대주주 자격요건으로 규정돼 있는데, (인터넷은행)특별법은 현행 은행법보다도 덜하게 규제완화를 했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이 법은 패키지"라며 "하나만 통과시키는 것은 약속 위반이다.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찬성 토론을 벌였으나, 정 의원의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촛불광장의 함성을 기억해 보자"며 "20대 국회는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며 반대를 호소했다.

민생당 채이배 의원도 "간절한 마음으로 법 개정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은행은 국민들 돈을 관리운영하는 기업으로, 국민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고 대주주 요건 완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채 의원은 "은행 주인이 도둑질하고 사기치는 사람, 자기 이익 위해 공정경제질서 해치는 사람이면 되겠느냐. 이런 자들은 은행 주인이 돼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박용진·추혜선·채이배 의원 등 경제·금융 분야에서 진보적 시각을 담아 의정활동을 해온 이들의 '설득'은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였고, 이는 법안 부결로 이어졌다.

국회는 이날 인터넷은행특례법 외에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178개 법률안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 등 183개 의안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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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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