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당 원내지도부와 정무위원회 위원 간 조찬 간담회를 열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정무위 소속 이학영·제윤경 의원과 기재위 소속 박영선 의원, 교육위 박용진 의원 등이 당 지도부의 의견에 반대 내지 우려 의견이 나온 데 대한 진화 성격이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정재호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25%(박영선 의원 안)에서 50%(자유한국당 안)까지 나와 있는데, 여야 협상하면서 조절될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저희 안(34%)을 기준으로 여야 협상 결과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당 내외의 우려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가 '재벌 사금고화'와 동의어로 쓰이는데, 이번 특례법은 재벌 진입을 규제할 것이고 대주주 사금고화(방지)는 은행법의 규제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반대하던 의원들은 수긍했느냐'는 질문에 "다 말씀을 했고, 많은 이야기를 녹여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 반대론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지분율 상한선을 '최대 25%'(민주당 법안은 34%)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정책의총 이틀 후인 22일부터 아프리카 출장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고, 가장 선명한 반대론을 폈던 박용진 의원은 20대 국회 하반기부터 상임위가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바뀌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학영 의원은 이날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에서 "IT산업이 새롭게 성장하게 되면서 어떻게 금융산업에 (IT를) 도입할 것이냐는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과 금융소비자 피해가 늘어나지 않도록 임하겠다"고 발언, 논의 자체에는 임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날 <동아일보>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접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을 시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참석한 정무위 법안심사 1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께 열렸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논의가 '여당 내홍'을 넘어 여야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다른 교섭단체 야당은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만큼, 여야 협상에서 지분율 상향조정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소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환영"(김성원 의원), "대환영"(김진태 의원) 등의 반응을 냈다.
지난 8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8월 임시국회 중 처리'가 합의된 데 이어 1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논의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이처럼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지분율 상한선이 결국 민주당·바른미래당 안인 '34%'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날도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야 교섭단체 3당(민주·한국·바른미래) 주축으로 진행되는 법안 심사 논의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무위 소속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법안심사1소위 위원이 아님에도 이날 회의장에 나타나 항의 뜻을 밝혔다. 추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등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 없는 은산분리 완화 반대'를 주장했다.
추 의원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 21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에 대해서 많은 의문과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도 오늘 오후 (여야가) 법안소위를 강행하고 있는 모습에서 졸속 통과될 우려가 높다"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실상 대주주인 KT와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혁신을 일으켰던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특례법 통과로 오히려 경영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는 추 의원과 전성인 홍익대 교수,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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