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도 정시 확대를 언급했다"며 "이미 한국당은 정시 확대를 주장했고, 정시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자는 개편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문제만큼은 다른 정치 현안과 별개로 여야가 합심해서 조속히 처리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도 긍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도록 힘을 모으자. 다른 이슈와 무관하게 초스피드로 처리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대통령 시정연설 내용을 야당에서 먼저 '초스피드 처리'하자고 나온 이례적 장면이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도 "법이 이미 올라가 있다. 여야가 힘을 모아서 통과시키면 된다"며 "(정시 비중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지는 여야가 협상하면 된다"고 힘을 실었다. 조 최고위원은 "이번 정기국회 때 말로만 '정시 확대하자' 하지말고 꼭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국당이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회기 내 처리를 주장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2일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연 의원총회에서 '정시 비율 50% 이상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같은 입시전형 비율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현재의 고등교육법은 학생 선발을 대학 자율에 맞기고 '권고'하는 수준으로 정시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래서 권고 차원을 넘어서 법률로 정시 비율을 명시하겠다는 당론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연설 내용이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야당 당론으로 추인된 셈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체로 협조적이었던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대입제도 개선의 핵심 쟁점은 정시 수능 비율 확대라는 블랙홀에 빠져 버렸다"며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참으로 안타깝다"며 "정시 확대는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자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고교학점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대통령이 한번 내놓은 말이라도 논의와 소통 과정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는 '정시 확대' 발언을 거둬들이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연설 이후 '원래 당정청이 논의해 오던 사안'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연설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여당 의원이나 교육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 연설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가 본회의장에서 또는 연설문 사전공개 후에 이를 인지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정은 공식적으로는 "학종 쏠림이 심한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수능(전형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해 왔다"(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민주당 국회의원, 22일 오후)라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2022학년도부터는 정시 비율이 30% 이상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로 민주당 지도부나 대변인은 정시 확대와 관련된 공식 언급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25일 문 대통령 주재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전날 밝히며 "퍼센트에 대해서는 정말 정해진 게 없다. 무 자르듯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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