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시 확대" 방침에 '잘못된 처방' 비판 봇물

교육부 11월 중 계획 발표…교육단체들 "고소득층에 유리한 제도"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가 교육 불평등 해소와 거리가 먼 방향인데다, 지금까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이 우선이라고 밝혀온 교육부 방침을 뒤집은 발언이어서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시작한 학종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특혜 입학 논란으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문제를 개혁하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처음 거론한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시 확대' 방침은 2022학년도부터 수능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즉각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종 비율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학종 선발비율이 높은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뒤 11월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교육 현장이 학종이 추구하는 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수능이라는 공정한 시험을 통한 선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소득층 부모를 둔 학생들이 사교육 기회가 많아 정시에 유리하다는 교육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입시 유형까지 언급하며 대입제도 변화 방향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혼란이 즉각적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밝힌 정시 확대 방침은 '학종 개선'에 주안점을 두어온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기존 방침을 뒤집는 것이다. 유 장관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학종 공정성에 먼저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조 교육감은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과 관련해 "교육 공동체가 정시 확대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정시를 확대하자는 것에 대해선 명확하게 반대 입장"이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대신 "학종은 그 자체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음성적인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면서 학종을 특목고 학생 선발 도구로 악용하는 것에 대한 보완 조치는 필요하다"며 "대학이 학종을 편의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 한마디로 대입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입시제도의 한 유형까지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고 민심을 달래는 자세는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대입제도 개편과 연관해 발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논평을 내고 "정시 비중을 상향했을 때 고소득 계층일수록 수혜를 입고 이들이 정시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통계나 논문을 통해 증명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정시 확대가 2025년에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권을 다양하게 보장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시 비중이 커질 때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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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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