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차 수요시위가 열리지 않게 함께 싸우자"

길원옥, 김경애 할머니와 함께 한 1400차 수요시위

"이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고 승리하는 사람."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평화·인권 운동가 길원옥 할머니의 짧은 발언에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로 한가득 함성과 박수가 울려 퍼졌다. 잠시 뒤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은 "할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답했다.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세계 연대 집회가 평화로에서 열렸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와 김경애 할머니도 함께였다. 참가자들은 "수요시위가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 세계 각국 시민의 위드유(with you)를 만들어냈음에도 일본 정부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범죄 사실과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즉각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울산, 제주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도 열렸다.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미국 글렌데일 등 11개국 24개 도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연대 행동이 진행됐다. 북한도 이날 연대 성명을 보내왔다.

▲ 1400차 수요시위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프레시안(최형락)

"1500차 수요시위가 열리지 않도록 함께 싸우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김복동 할머니, 김학순 할머니, 강덕경 할머니, 황금주 할머니, 박복순 할머니, 박분이 할머니, 이런 투사, 열사 선배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소중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며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시작한 이들의 외침이 이제 세계가 함께 하는 연대의 외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일본 정부의 범죄 인정과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올바른 역사 교육,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외쳐왔다"며 "1500차 수요시위가 할머니들의 고통을 담보로 열리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약속을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경희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은 "100여 년 전 이 나라는 국민을 버렸다"며 "그 때문에 어린 소녀부터 청장년까지 성노예 혹은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윤 부장은 "(위안부 문제에서) 국민을 버리지 않는 길은 피해자의 바람을 받아 안아서 관철하는 것"이라며 "원칙을 내세워 당당하게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북한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가 연대 성명을 보내오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219명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현재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일본의 과거 죄악을 청산하고 천백배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반일연대 운동을 힘차게 벌여나가자"라며 "1400차 수요시위와 세계 연대 집회가 일본의 과거 범죄를 만천하에 폭로하고 나아가 노골화하는 아베의 재침공 저지 투쟁으로 여러 나라가 반일 공동 행동을 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참가자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 1400차 수요시위. ⓒ프레시안(최형락)

"아픔이 두려워 잊지 말아야할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진철 충남교육감도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심 대표는 "얼마 전 정의당 당원과 함게 영화 <김복동>을 보면서 할머니 영전에 진정 어린 사과 한말씀 올리지 못한 죄책감에 모두 흐느껴 울었다"며 "65년 체제 청산 위원회를 구성해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원을 풀고, 새로운 한일 관계로 나갈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충남 교육청은 신미양요와 병인양요부터 역사를 다시 써야겠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역사 수업이 역사 정의를 실현하는 국민을 양성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송유경 부안여자고등학교 학생은 "부안 지역의 소녀상 건립 운동에 참여하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책도 읽고 친구들과 토론도 하면서 참혹하고 가슴 아픈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며 "몇몇 어르신들은 일본군 위안부는 부끄러운 역사이기 때문에 잊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일본 정부이며 아픔이 두려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가은 소하중학교 학생은 "어릴 때부터 잘못하면 상대에게 빨리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배웠고, 사과할 때는 자신의 잘못, 상대방의 상처에 대한 이해,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진심을 담아 전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는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뒤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1992년 1월 8일 시작됐다. 이후 1995년 고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으로 시위를 대신한 때를 제외하면 매주 진행되어 세계 최장기 시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차 수요시위와 1400차 수요시위 사이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일본군 성노예제 한국인 피해자 239명 중 219명이 세상을 떠났다.


▲ 1400차 수요시위에서 공연 중인 문화보국 학생들. ⓒ프레시안(최형락)


▲ 1400차 수요시위와 평화의 소녀상. ⓒ프레시안(최형락)

▲ 1400차 수요시위. ⓒ프레시안(최형락)

▲ 1400차 수요시위.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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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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