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옥중경영' 여전...불리한 진술한 임원 해고

31일, 무단결근, 직장 내 질서 훼손 등 이유로 해고통보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공익신고자를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내린 것에 이어 양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회사 내부 임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프레시안>이 1일 입수한 인사위원회 결과 통보서를 보면 파일노리와 위디스크 대표이사로 있던 A씨와 B씨가 31일자로 '장기간 무단결근', '직무지시 불이행', '직장 내 질서 훼손', 근무의지결여'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프레시안

구속된 양진호, '옥중경영'은 여전

하지만 이러한 해고는 경찰 조사에서 양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기에 '괘씸죄'로 내려진 징벌적 징계라는 게 중론이다. 양 회장이 구속됐지만 일명 '옥중경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김정훈 한국인터넷기술원 지주회사 대표는 지난 26일 직원 교육 시간에 "양진호 회장의 공백은 없으니 불안해하지 마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회사를 안정화하자"고 말했다.

여전히 양 회장의 건재함을 회사 내에 알린 셈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회사 직원들에게 A씨와 B씨처럼 양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26일은 A씨와 B씨의 인사위원회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양 회장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다시 회사 직원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회장직을 사퇴하고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경영상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는 A씨와 B씨의 해고통보, 공익신고자의 직위해제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때, 양 회장이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양진호는 몇 년 안 살고 금방 나온다고 말하더라"

이번에 해고 통보를 받은 A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양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회사에서는 다방면에서 퇴사 압박을 가했다"며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받느라 회사를 비운 것을 두고 무단결근이라고 지적했고, 그에 따라 해고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와 함께 해고통보를 받은 B씨는 "회사에서는 경찰 조사 등에서 내가 양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 양 회장에게 전달됐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회사 대표이사는 내게 '양진호 회장이 너를 보고 싶어한다', '양진호는 몇 년 안 살고 금방 나온다' 그런 식의 협박성 이야기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자신들의 해고사유인 '직무지시 불이행', '직장 내 질서 훼손', 근무의지결여'를 두고도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11월 대기발령 후, 12월에 복직했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런 보직이나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시가 없었기에 지시 불이행도, 근무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조차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 양진호 회장. ⓒ연합뉴스

A씨와 B씨 "향후 법적 소송 제기할 것"

A씨와 B씨는 그간 경찰 조사에서 양 회장이 측근을 통해 어떻게 증거 은폐 지시를 내렸는지, 양 회장이 수사기관과 어떤 커넥션을 맺어왔는지 등을 진술해왔다. 이와 관련해서 양 회장 회사 법무팀 대표인 임모 씨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임모 씨는 양진호 회장이 구속되기 전, 모든 권한을 일임받은 양 회장 측근으로, 그간 법률 담당을 해오던 인물이다. 이번에 A씨와 B씨에게 해고 통보를 내린 인물은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와 선한아이디(파일노리)의 통합 대표인 한경수 대표도 임모 씨가 데려온 인사다.

지난 26일 직원 교육 시간에 "양진호 회장의 공백은 없으니 불안해하지 마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회사를 안정화하자"고 말했던 김정훈 한국인터넷기술원 지주회사 대표는 양진호 회장의 고교동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양 회장의 측근들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A씨와 B씨는 향후 변호사 등과 상의해서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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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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