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동생에 3억 주고 허위진술 지시"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보도] 교수폭행 무마로 돈 건넸다

11월 15일, 대학교수를 2~3시간 집단 폭행한 네 남자를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불러 모았다. 기자가 '단톡방' 개설 취지를 먼저 설명했다.

"이제부터 회의를 합시다. 어떻게 (대학교수) 폭행을 무마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솔직히 말합시다. 양진호가 폭행을 교사했고, 모두가 대학교수를 잔인하게 때렸지요? 이 중에서 용기있게 진실을 말해줄 분 있습니까?" (취재팀)

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명이 대화방을 뛰쳐나갔다.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친동생 양OO였다. 그를 단톡방으로 다시 초대했다.

"양OO 씨, 사람 때려놓고 왜 나가십니까? 위증 교사 누가 했습니까? 솔직히 말해주세요." (취재팀)

양 씨는 다시 단톡방에서 나갔다. 뒤이어 임OO, 이OO, 윤OO이 줄줄이 퇴장했다. 대화창엔 기자만 남았다. 양OO 씨는 단톡방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지만, 회장님 방에서는 가장 용맹(?)한 남자였다.

▲ 양진호 회장. ⓒ연합뉴스

검찰은 정말로 속은걸까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이 공동보도하는 '양진호 사건'의 시발점은 대학교수 A씨 집단 폭행사건이다. 공익신고자는 양진호 회장 문제를 폭로하면서 A교수 사건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A교수는 지난 10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양OO 씨가 회장실로 들어와 발로 차서 제가 넘어졌어요. 그런 저를 발과 손으로 때려서 제가 굴러다니면서 맞았어요. (중략) 제 머리채를 잡고 때리면서 얼굴에 가래침을 수차례 뱉었어요. 그러면서 ‘빨아먹어’ 이러더라고요.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았어요."

여기에 등장하는 폭행, 가혹행위 당사자는 양진호 회장의 동생 양OO 씨다. 양OO 씨는 형의 사주를 받고 다른 직원 3명과 함께 A교수를 때리고 협박했다. 양 회장은 부인과의 외도를 의심해 A교수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 집단 폭행을 교사했고 폭행에는 동생 양 씨를 비롯해 직원 임OO, 이OO, 윤OO 등 총 5명이 가담했다. 사건은 2013년 12월 2일 발생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8년 12월 현재, 여러 불법행위가 벌어진 그 사건으로 처벌 받은 사람은 양 회장 동생 한 명뿐이다. 양진호 회장 등 위디스크 관계자들은 조직적 위증으로 수사를 방해했고, 여기에는 회삿돈 수억 원이 쓰였다. 불법을 불법으로 덮은 셈이다.

집단 폭행으로 크게 위축된 A교수는 2017년 6월에야 양 회장 등 8명을 공동상해,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 회장 회사와 자택이 있는 성남분당경찰서가 조사를 했다. 이때부터 양 회장과 위디스크 법무총괄 임OO 대표를 중심으로 대책회의와 위증 교사가 이뤄졌다.

"양 회장은 '이미 동생과 이야기를 다 끝냈다'고 대책회의 때 말했습니다."

위디스크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이야기를 끝냈다니, 무슨 뜻일까.

"자신은 폭행과 무관하며 모든 건 동생 양 씨 혼자 한 일로 정리했다는 뜻입니다. 이후 임 대표를 중심으로 대책회의가 수차례 열렸고 ‘양 회장 지시는 물론이고 집단 폭행도 없었다’는 취지로 폭행 가담자들이 입을 맞췄습니다. 분당경찰서에서도 다들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이 내부자의 말은 사실일까? 이번엔 A교수 폭행에 가담했던 B씨의 말을 들어보자. B씨는 위디스크 고위직으로 일했다.

"진실과 달리 양 회장 동생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기로 했습니다. 임 대표 주관으로 (위증) 대책회의가 열린 것도 맞다."

양진호, 동생 거짓진술 위해 3억 원 썼다

많은 위디스크 직원들이 정황을 인지한 대담한 폭행 사건과 달리 분당경찰서 수사는 간단히 진행됐다. 혐의자 8명 중 4명만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들은 A교수와 다른 주장을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대질을 하지 않았다. 정황을 목격한 위디스크 직원들도 부르지 않았다.

수사는 양 회장 측의 각본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양 씨만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양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양진호 회장 등은 처벌받지 않았다. A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돈의 힘일까요? 어떻게 대질 한 번 하지 않고 경찰이 그런 수사를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A교수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이때 일명 '양씨 형제의 난'이 벌어진다. 위디스크 고위 관계자 B씨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 양 회장과 동생이 여러 일과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동생이 고검에 '양 회장은 물론이고 여러 직원이 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담긴 진술서를 고검에 냈습니다. 고검에서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이 4월에 떨어진 거죠."

양 회장 처지에선 일이 복잡하게 꼬인 셈이다. 이때 양 회장은 B씨에게 동생 의중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양 회장에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렸습니다. 돈 얼마를 주면 진술을 다시 번복할 수 있는지 동생에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양 회장 동생 양OO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거짓말로 혼자 처벌 받았던 동생 양 씨. 그는 다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양진호 회장에게 얼마를 요구했을까.

"10억 원에서 12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 수사기관에 가서 다시 거짓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위디스크 핵심 임원 B 씨

동생 양OO 씨와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양진호 회장은 측근인 임모 법무대표를 투입했다. 임 대표는 양진호 회장 회사에서 주로 대외업무를 맡던 일종의 해결사였다. 취재진은 11월 30일 임모 대표를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물었다.

취재팀 : 진술 번복 대가로 동생 양 씨가 3억 원을 받았다고 하던데.
임00 : 내가 (3억 원을) 갖다 줬다.
취재팀 : 양 회장이 주라고 했나?
임00 : 그렇다.
취재팀 : 정말 진술을 번복했나?
임00 : 그렇다. 합의금 (3억 원이 회사) 통장에서 나갔기 때문에 확실하다.

ⓒSBS방송 캡처

양진호 각본대로 진행된 수사

동생 양 씨는 돈을 받고 검찰 수사에서 또 거짓말을 했다. 고검에 낸 진술서는 격분한 감정에서 쓴 거짓이며, A교수는 자기 혼자 때린 게 맞다는 취지로 말이다. 다시 수사를 맡은 성남지청은 몇 차례 양진호 회장을 불렀지만, 그는 "외국에 나간다", "업무 때문에 바쁘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이때도 양 회장은 거짓말을 했죠. 저희가 일본 거래처 쪽에 부탁을 했어요. 양 회장을 행사에 초청한다는 거짓 초청장을 하나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그걸 받아서 비행기 표랑 같이 검찰에 내는 방법으로 소환 조사를 피했죠. 그래도 뭐 별 문제가 없더라고요." 위디스크 고위 관계자 B씨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양 회장은 변호사 비용으로 얼마나 썼을까.

"성공보수까지 포함해서 1억2000만 원 책정됐다. 선수금 외에 아직 지급되지 않은 금액도 있다. 양 회장은 '검찰 공포증'이 있다. 어떻게든 검찰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위디스크 핵심 임원

A 교수 폭행 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은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의 보도 이후 일괄 기소됐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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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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