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교 문화를 향한 냉정한 촌평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사상사>

"선종(禪宗)은 시조로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보리달마(菩提達磨)를 든다. 그러나 달마의 전기는 너무나도 전설적인 요소가 많아 역사적 사실로서는 신빙성이 낮다. 선종은 인도에 기원을 갖는다기보다는 체험적 직관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전통에서 발생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축도생(竺道生, ?~434)이야말로 선종의 선구였다고 할 것이다."

선종의 역사를 여지없이 깨부수는 모리 미키사부로의 〈중국사상사〉다. 원서는 1978년 출간됐고, 저자는 1986년에 세상을 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오늘까지 22쇄를 넘기고 있다.

"이집트의 '사자(死者) 숭배'는 내세적인 데 반해 중국의 '조상 숭배'는 현세적이다. 조상 숭배는 현세의 자손을 결집시킨다는 기능을 갖는데, 사자 숭배에는 그런 것이 없다. 때문에 사자 숭배가 성했던 이집트에서는 씨족 제도가 일찍이 해체되어버렸지만 조상 숭배가 강한 중국에서는 씨족제가 길이 유지되었다."

"순자(荀子)의 사상은 모든 점에서 유가(儒家)로서는 이단적 요소가 풍부하다. 따라서 유가 내부에서 순자의 사상을 계승한 자는 드물다. 그 '예' 사상은 법가에 의해 발전되어 법으로 변질했다. 또한, 자연에 대한 인위의 우위를 주장하는 사상은 일본의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에 의해 계승되었다." 서양과의 비교 사상적 고찰, 자연스럽게 일본 사상사로 연결짓곤 한다. 그리곤 이어지는 통찰력.

"중국의 불행은 유교라는 하나의 교리가 2천 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사상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유교는 법가 따위와는 달리 분서갱유라는 강경 수단을 취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왕조라는 강대한 권력이 있었다. 더욱이 지식인이 전부 관리 내지 관리 지향형의 인간이었다는 중국 특유의 사정은 이 관제 사상에 대한 저항을 극히 미약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일반인을 위한 개설서다. 저자가 서문에서 강조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경학을 차갑게 취급했다. 경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생활의 지도 원리로서 힘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둘째, 정치사상이나 경제사상을 다루는 데에 냉담했다. 현대적 의미를 잃었기 때문. 셋째, 중국 불교사상의 흐름을 수용하는 데 노력했다. 중국 불교가 중국 문화와 가졌던 유기적 관련성 때문. 루쉰(魯迅)의 '정신승리'를 떠올린다. 한일전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 이겼다고 이긴 게 아니다. 중국사상도 일본이 정리해 놓은 게 편할 때가 많다. 의심할 여지없이 작고 강렬한 책.

▲ <중국사상사>(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조병한 옮김)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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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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