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 경제' 중국은 안녕한가?

[최재천의 책갈피] <빚의 만리장성>

"중국 정부 관리들은 본처가 낳은 아들이고, 국영기업은 첩의 자식이고, 민간 기업은 매춘부가 낳은 소생입니다. … 우리 모두 아버지는 같건만 … 우리 같은 매춘부의 자식들은 왼뺨을 후려 맞아도 오른뺨을 들이미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2015년 초, 호텔 체인의 최고경영자인 40대 사업가가 리커창 총리에게 보낸 공개서한이다. 총리에게 편지를 보낼 방법을 알지 못했던 그는 온라인에 편지를 게시했다. 편지는 그의 사업체가 오랫동안 거의 끊이지 않는 관료 집단의 권력 남용 때문에 겪어야 했던 좌절의 결과물이었다.

중국은 '자유시장 자본주의' 국가다. 사적 소유가 존재하며, 첨단기업가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윤을 창출하려 애쓴다.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다. 당국은 공작기계에서 철강에 이르기까지 산업을 지배하는 국영기업에 통제권을 행사한다. 중국은 '패거리 자본주의' 국가다. 관리와 사기업은 부패의 먹이사슬을 이룬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패거리 자본주의, 국가 자본주의, 자유시장 자본주의 모두 각각으로나 합쳐서나 중국 경제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시장은 번성하지만 정부의 존재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양자의 상호작용은 중국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중국은 좀비 기업의 샹그릴라다. 은행은 이미 죽은 기업에 신규 대출을 쏟아 붓는다. 미국의 좀비는 죽지 못하고 뇌를 파먹는 괴물이다. 중국의 강시는 뇌보다 피를 더 좋아한다. 미국의 좀비는 뒤틀린 채로 비틀거리며 걷지만, 중국의 강시는 두 발로 쿵쿵 뛰면서 돌아다닌다. 미국 좀비와 중국 강시의 차이는 기업이라는 종에까지 확대되어서, 중국은 죽지 못하는 기업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건전성을 해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1964년 작 크리스마스 고전 애니메이션 영화인 <빨간 코 순록 루돌프>에 나오는 불량품 장난감들의 섬과 흡사하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게 익숙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만들어지지 않았음이 분명해진다.

역자 유강은이 적절히 요약했다. "악성 부채와 만성적인 설비 과잉, 그림자 금융, 기득권 세력의 부패, 투기 열풍, 인구 노령화 외에도 도농·지역·부문 간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과 소득 불평등은 중국이 직면한 커다란 문제다."

저자의 대안이다. "현재 걷고 있는 경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경제 기적이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종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빚의 만리장성>(디니 맥마흔 지음,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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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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