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기 '대권주자'를 뽑는 방법 알고 싶다면?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의 파워엘리트>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는 30대 시절 시진핑 주석과 교류를 시작한다. 둘은 "언젠가 이 나라를 우리 손으로 세계 최고의 나라로 만들어보자"며 결의했다. 리시는 '시진핑 이후 잠룡 9인'에 올랐다.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가 귀주성 서기로 일하던 시절 두어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대단히 지적이고, 문화적 감수성이 뛰어났다. 2002년, 시 주석이 저장성 대리성장으로 부임했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알리고 싶었다. 천민얼이 선전부장이었다. 초고 작성이 천의 몫이었다. 시 주석은 초고를 보고 "문사 중 문사요, 인재 중 인재"라며 감탄했다.

2006년, 장쩌민 전 주석의 오른팔인 천량위 상하이 서기가 낙마하자 상하이가 동요했다. 그때 당 중앙은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을 상하이 서기로 보내 사태를 수습하도록 지시한다. 시 주석이 한 사람을 주목했다. 당시 상하이시 당 조직부 부부장 겸 인사국장을 맡고 있었던 딩쉐샹(丁薛祥) 현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시 주석은 딩에게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었다. 그를 시 당 위원회 판공실 주임에 임명하고 함께 인적 청산 작업에 돌입한다. 이때 딩은 '속전속결'과 '발본색원'이라는 두 개의 행동강령을 건의해 실행에 옮긴다. 천량위의 인맥을 최대한 빠르게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성공한 인연이 됐다.

시 주석이 저장성 대리성장 일할 때 리창(李强) 현 상하이시 서기는 저장성 원저우시 서기로 있었다. 2003년 리창이 산둥성의 초청을 받아 행정개혁 특강을 한다. 당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시 주석도 리창을 주목했다. 시 주석은 미래를 위해 지방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다음 해 리창을 저장성 당 상무위원회 비서장으로 불러들인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 자리다. 이후 리창은 시 주석이 상하이시 서기로 떠나는 2007년까지 그림자처럼 완벽하게 보좌한다.

이렇게 해서 천민얼, 딩쉐샹, 리창도 잠룡 9인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책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 파워엘리트들을 소개한다. 시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 7인에다 펑리위안 여사, 왕치산 부주석까지 합해 '최고 영도 9인', 잠룡 9인 등 총 30명의 리더를 다룬다.

중국 정치제도를 설명할 때 '현능주의(meritocracy)'를 이야기한다. 품성과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인민의 투표에만 맡기지 않는 제도다. 약점은 정당성이다. 그런데 악용되어 연고를 넘어 ‘벌족’으로 전락한다면.

▲ <중국의 파워엘리트>(최형규 지음, 차이나랩 기획)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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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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