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단, 이 책은...

[최재천의 책갈피] <한글자 중국-중국의 탄생>, <한글자 중국-중국의 확장>

황해의 맞은편 중국 산둥(山東)은 자랑거리가 많다. 그러나 호방한 산둥인은 한마디만 한다. "하나의 산, 하나의 강, 하나의 사람(一山一水一聖人)!" 하나의 산이란 산의 대명사 타이산(泰山)이요, 하나의 강이란 중화 문명의 젖줄인 황허(黃河)요, 하나의 사람이란 지고무상의 성인인 공자(孔子)다.

'산둥'은 지리적으로 타이항산(太行山)의 동쪽에 있다는 뜻이다. 산둥성의 약칭은 '나라 이름 노(鲁, 정체자는 魯).' 공자의 고향이 노나라다. 역사적으로 산둥은 '제노의 땅(齊魯之地).' 공자로 대표되는 노나라 문화가 오늘날 중국을 이루었으니 '노'자를 약자로 쓰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중국은 산둥성 등 23개 성(굳이 대만을 타이완성으로 집어넣어서), 베이징시 등 4개의 직할시, 네이멍구자치구 등 5개의 자치구, 홍콩과 마카오 2개의 특별행정구 등 합하여 34개의 행정구역으로 구성된다. 중국의 자동차 번호판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각 행정구는 각 한 글자의 약칭을 갖는다.

허난성의 약칭은 '예(豫)'자다. 역사적으로 예주라는 고대 지명에서 왔다. 산시는 '섬(陕, 정체자는 陝)'자다. 섬자는 '좁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골짜기 '협'자로 쓰기도 한다. 지도를 보면 산시성은 골짜기 사이에 끼인 분지다. 헤이룽장성의 약칭은 '흑(黑)'이다. 창장과 황허 다음으로 긴 헤이룽장(黑龍江)에서 따온 약칭이다. 헤이룽장은 이름 그대로 검은 용처럼 동북아시아를 휘감고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가른다. 중국인들은 이 강을 '헤이룽장'이라 부르고, 러시아인들은 '아무르강'이라 부른다.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아무르'가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한다며, 아무르강을 '사랑의 강'으로 해석한다. 라틴어 아무르가 에로스고, 큐피드다. 하지만 아무르는 '큰 강' 또는 '검은 물'이란 뜻의 퉁구스어에서 나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약칭은 지방의 역사 혹은 지리를 대표한다. 각 행정구의 한 글자가 모여 두 권의 책이 됐다. 저자는 본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반도체 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다 중국에 빠져들었다. 티베트를 제외하고 벌써 33개의 행정구역을 여행했다. 이런 박람기가 알알이 박혀있다. 유럽 땅보다도 넓은 나라, 고대 4대 문명 중 유일하게 문명이 단절되고 있지 않은 나라, 한반도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나라, 중국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최근 출간된 중국 안내서 중, 종횡무진 휩쓸어 모은 훌륭한 안내서다.

▲ <한글자 중국-중국의 탄생, 중국의 확장>(김용한 지음)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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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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