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0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대한 당론 채택을 시도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 합의를 거친 후 또다시 정책의총을 열어 이달 내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 의총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신중히 추진한다"며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선 법안에 충분히 반영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무위원회에서 이런 우려 사항들이 충분히 논의되고 합의되면 다시 정책 의총을 열어 추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안팎에선 은산분리라는 기존 당론에서 '은산분리 완화'로의 당론 변경에 대한 내부적 논의나 지지층 설득 과정 없이 청와대 입장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강 원내대변인은 애초 3당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대로 8월 임시국회 중 처리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 해야 한다"며 8월 내 처리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2시간 반 동안 열린 의총에서는 인터넷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원내대변인은 "원래는 정책 의총에서 (당론을) 결정하려고 했다"라면서도 "몇몇 의원들이 재벌 사금고화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25%로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34%로 해야 하는 건지 50%로 대한 건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34%로 주장했던 정재호 의원을 비롯해 최운열, 김병욱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의 찬성의견을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25%로 인하하는 선에서의 조건부 찬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영 의원은 회의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온 언론이 은산분리 원칙을 깨고 ICT산업자본에게는 지분보유한도 10%를 깨서 허용하자고 한다.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손쉽게, 빠르게, 편리하게 돈을 많이 빌려주었다 하자, 결과는 국민들의 부채 규모를 빠르게 증가시켜 줄 뿐"이라고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박용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서 정책적 기대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냐"고 반문하며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일자리 확대, 핀테크 기술발전, 중금리 대출이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대출이 중금리는 기존은행보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대출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도 카카오 뱅크는 500명, 케이뱅크는 280명이 다인데 일자리 창출에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고, 핀테크 기술 같은 경우는 기존은행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현재 핀테크를 활용해서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를 인터넷은행만 사용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작은 예외가 나중에 큰 특혜로 전환할 수 있다"며 "도대체 왜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혁신성장의 포인트로 보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1993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삼성그룹 대주주의 의중에 따라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 등의 금융계열사가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집했던 일을 사례로 들며 "대주주의 사금고화 방지책이 있다고 하는데 대주주에게 돈을 안 빌려주고 주식을 사지 않아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편법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감독 할 수 있겠냐"라고 강조했다.
제윤경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핀테크를 명분으로 인터넷 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얘기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에 필요한 규제 완화가 따로 있는데 그러한 규제 완화는 하지 않는 금융위원회의 의도에 대해 우리가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핀테크는 경쟁적인 산업 분야가 알리페이, 애플페이와 같은 결제시장이다"라며 "그런데 오히려 이 시장에는 핀테크 기업들이 진출을 해도 200만 원 결제 한도라는 규제에 묶여있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게다가 총수 없는 대기업은 특례법에서 예외를 두는데 총수가 없는 대기업 집단이 세 군데 밖에 되질 않고, 이마저도 ICT 기업이 아니다"라며 "이번 조치가 KT 맞춤형 규제 완화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ICT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며 "'은산분리'라는 원칙을 허물지 않는 선에서 지금의 논의를 끌고 갈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