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기아는 진짜"…이스라엘 인권단체 "자국이 가자서 집단학살"

이스라엘 "기아 없다" 주장과 배치…네타냐후, 의회 휴회 맞춰 가자 식량 제한 약간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가 "진짜 기아"를 겪고 있다며 미국이 "식량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에 기아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입장과 배치된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며 이스라엘이 식량 제한을 다소 완화한 가운데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자국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가자지구에 "진짜 기아가 있다. 내가 보고 있고 그건 속일 수 없다"며 "그래서 우린 더 많은 개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식량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고 "주민들이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당 센터엔 "울타리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가자지구 기아를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 입장과 배치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가자지구엔 기아가 없다"며 최근 국제사회가 제기한 기아 우려는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네타냐후 총리의 해당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특별히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텔레비전을 보면 어린이들이 매우 굶주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를 다음에 만났을 때 어떤 요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린 돈과 식량을 주고 있다"며 "그(네타냐후 총리)가 그들(가자 주민)이 식량을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식량 제한 관련 "이스라엘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 및 스타머 총리와의 회동 중 나왔다. 영국은 지난주 28개국 및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식량 제한 비판 성명에 동참한 나라 중 하나다.

<AP> 통신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설립 의사를 밝힌 식량 센터에 대한 상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백악관도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들 "자국이 가자지구서 집단학살…생존 불능 환경 체계적 조성"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서방 국가들의 비판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27일부터 가자지구 식량 제한을 다소 완화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재개하고 해수 담수화 시설에 전력선을 연결했다고 밝혔다. 또 "인도적 지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27일부터 오전 10시~오후 8시에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중부 데이르알발라, 서부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에서 작전 중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7일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가 가자지구에 구호품 25톤(t)을 공중 투하했고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 따르면 2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 또한 공중 투하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호품 공중 투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수송 물량이 적어 유엔 및 구호단체는 육로 지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27일 가자지구 북부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 중 하나가 난민 천막을 직격해 팔레스타인인 11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일단 육로를 통한 구호 제한도 완화했다. 28일 가자지구 구호물자 전달을 조율하는 이스라엘군 기구 코갓(COGAT)에 따르면 전날 200대 분량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서 유엔 및 국제단체에 의해 배분됐고 현재 260대 트럭이 추가로 가자지구에 진입해 배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제한적 구호를 허용한 5월 말 이후 일평균 70대 구호 트럭이 들어가던 것보다 물량이 늘었다. 다만 전쟁 전 가자지구에 들어가던 구호 트럭이 하루 500~600대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식량 제한 완화가 이스라엘 의회가 3달간 휴회에 들어감과 동시에 이행됐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 연정은 최근 징집 문제로 초정통파 정당이 이탈하며 위기에 처해 있는데 휴회 기간 동안 정부 전복 투표를 피할 수 있어 정치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들도 자국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8일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과 이스라엘 인권의사회(PHR)는 관련 보고서를 펴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거의 2년간 도시 및 의료 체계, 교육·종교·문화 기관을 파괴하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강제이주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굶기고 죽이며 "팔레스타인인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조직적 공격"을 자행했다고 분석하고 "이는 집단학살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의사회는 특히 "의료 체계 고의적 해체"과 기아 위기를 지적하며 이스라엘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는 집단학살"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두 단체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지원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든 지도자는 이 끔찍한 일의 일부"라며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 또한 가자지구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한 2국가 해법을 위한 유엔 회의에 참여한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2국가 해법에 동의하도록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프랑스가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연설한 모하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하고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제를 포기하고 무기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협정 국가에 관세 15~20% 부과할 것"·"러, 12일 내 우크라 협상 진전 보여야"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별도의 무역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들에 "15~2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러시아가 "10~12일" 내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시아에 2차 제재를 압박하며 지난 14일 부여한 "50일" 기한을 앞당긴 것이다. 그는 "50일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난 관대해지고 싶지만, 아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함께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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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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