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9.9절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등이 이날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9.9절 경축 특사로 포장하려고 정상회담을 9월 9일 직전에 하자고 제의했을 가능성이 크고, 한국 정부가 여기에 부담을 느껴 회담 날짜를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지 않는 것은 '북미 관계' 변수 때문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특히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8월 내가 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시점 조율에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남북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8월 말이나 9월 초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라는 변수가 발생해 추후 협의를 통해 날짜를 확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느냐가 9월 중순 열릴 예정인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 된 셈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문제 해결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평양과 워싱턴이 어떤 타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종전 선언 등 체제보장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가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양측이 의미있는 진전을 보게 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도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을 맞교환하는 물밑 중재를 해왔다.
전날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 대목도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남측 정부가 막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정인 특보는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 또한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북측에 얘기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측과 합의를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9.9절 전에 평양에 가고 나서, 그 결과를 남북 정상회담에 반영하려고 할 텐데 문제는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 때도 빈손으로 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8개월, 6개월과 같은 (비핵화) 시한을 강력하게 요구하려면 북한이 목을 매는 종전 선언에 대해서 언제까지라고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핵탄두를 반출하는 시점에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하고, 종전선언은 그로부터 역산해서 몇 달 전에 하겠다는 식으로 시간표를 줬으면 북한이 미국에 '강도적 요구'라고 안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월 중순으로 점쳐지는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속 협의를 해서 (남북 정상회담) 날짜를 잡고 구체적으로 실무회담 등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남북 간에 빠르게 개최한다는 입장에서 협의를 했다"며 "평양에서 열리기 때문에 북측 일정을 감안해서 협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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