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9.9절~유엔9.18총회 사이가 주목된다

북한 "예상치 못한 문제 탄생될 수 있다" 의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9월 평양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내심 8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정부 계획은 9월로 미뤄지게 됐다.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북미 협상 성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남북미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9월부터 남북, 북미관계의 '속도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한지역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중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북한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은 회담 종료 이후 남한 취재진과 만나 "날짜는 다 돼 있다"면서 남북 간 회담 날짜를 확정했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종료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회담 날짜가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 협의해 나가야 한다.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월 9일이 3차 남북 정상회담 택일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권수립 70년이 되는 이번 기념일을 위해 대대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어 정상회담이 9월에 이뤄질 경우 현실적으로 9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9.9절 이전에는 정상회담이 어렵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는 "'9월 초'라고 하면 9월 10일까지"라고 밝혀 회담 날짜가 사실상 9.9절 이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9.9절 이후부터 유엔총회가 시작되는 9월 18일 이전에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유엔총회 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의 추진력을 높이고, 이후 열릴 유엔총회를 계기로 종전선언 및 북미 관계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와대 일각에선 남북미 종전선언을 위해 반드시 유엔총회를 지렛대로 삼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나왔다. 유엔총회라는 다자 간 무대 형식을 거치지 않고도 미국의 의지만 있다면 올해 내에 언제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의 기회를 놓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안게 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관측으로 보인다. 그러나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북미 협상의 진전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가급적 빠른 종전선언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 13일 판문점 북한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사진은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는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AP=연합뉴스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 탄생될 수 있다"


한편 이날 회담의 종결 회의 모두발언에서 리선권 위원장은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그는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남 사이 미해결로 되고 있는 문제,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북남 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진행하면서 생각되는 것은 북남 협력과 교류에 대한 성원과 열의가 대단하다는 점이다"라며 "여기서 중요한 게 쌍방 당국이 책임과 역할 다 하는 것이다.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 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남북 협력 및 교류 사업과 종전선언 문제 등 남북‧북미 간 현안과 관련, 북한이 남한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애당초 이번 회담은 북한이 답답함과 섭섭함을 토로하고 했던 것이지 정상회담은 주요의제가 아니었으리라고 본다"며 리 위원장의 위 발언에 대해 "9월에 평양에 오려면 미국에게만 잘하지 말고 북한에게도 좀 잘 하라는 것으로 들린다"고 평가했다.

실제 회담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난 리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일정 부분 해제되지 않으면 남북 경제협력은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북 제재 거론하는 남측에 물어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말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일반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북한 측이 어떠한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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