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현재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현지에서 하달한 '특별 지시'라며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계엄령'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전 사령관은 물론, 이석구 현 사령관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불신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이어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非)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 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또 독립수사단은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에 구성되는 독립수사단이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사실상 기무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단이 구성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보고받거나 지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특별 지시'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 특별 지시는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모아진 청와대 비서진의 의견을 인도 현지에서 보고받고 서울 시각으로 어제(9일) 저녁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계엄령 문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 공개된 후 시간이 좀 흘렀지만, 이 사안이 갖고 있는 위중함, 심각성, 폭발력을 감안해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이 신중하고 면밀하게 들여다 보느라 그런 것"이라며 "인도 현지에 가 있는 대통령에게 (국방부와 청와대의) 의견을 보고드렸고, 보고를 받은 대통령도 '이것을 순방 다 마친 후에 지시하면 너무 지체된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그래서 현지에서 바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안이 엄중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따로 설명드리지 않더라도 그 문건 내용 자체의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기무사 개혁과는 "별도의 문제"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기무사의 제도적 개혁 문제와 이번 수사는 별도"라며 "이 건과 관련해서는, 이 사건에서 기무사의 역할, 누구의 지시로 이런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병력과 탱크를 어떻게 전개할지 등의 문건을 만들게 된 경위, 누구의 지시를 받았고 누가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누가 보고받았나'라는 부분이다. 문건을 최초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등에 따르면, 이 문건은 조현천 전 사령관이 작성해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무사는 사안에 따라 장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기도 해왔고, 노무현 정부 당시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직보 제도는 폐지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부활해 박근혜 정부 때에도 대통령 직보가 이뤄진 바 있다.
국방부는 대통령 특별지시 발표 후 이진우 부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관련 특별지시에 대해 국방부는 빈틈없고 철저하게 후속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사단장 임명 시기 등 '후속 조치'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별도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이 부대변인은 다만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청와대가 밝힌 데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관련된 내용들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그것을 검토한 다음 검토 결과에 따라 수사 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좀더 확인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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