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기국회 연설서 "암장의 시대"…보완수사권 논란 정면조준

정점식 "치안 지옥문 열려"…개각·부동산·주식 전면 비판하며 "중국공산당", "약탈" 공세

국민의힘이 2026년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암장의 시대'를 맞았다"고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을 정면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8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부패한 경찰이 사건을 암장하듯이, 대통령은 자기 재판을 암장하려고 한다"며 또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미래를 파묻어버리고, 반기업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파묻고 있다. 선관위는 국민의 참정권을 암장했고, 국가가 주적에게 교태를 떨면서 안보까지 암장하고 있다"고 현 시국을 규정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흥청망청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나랏빚 위에 또 다른 빚을 쌓아가며 '빚의 혁명'을 진행 중"이라거나 "급기야 임기연장을 노리는 개헌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치는 히틀러처럼, 경제는 차베스처럼, 임기는 푸틴처럼,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권"이라는 등 노골적 비난도 퍼부었다.

"보완수사권 폐지, 치안의 지옥문 열렸다"

공안검사 출신인 정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치안의 지옥문을 열었다"며 "사법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질 것이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경찰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부족한 수사력을 채우기 위해 치안인력까지 수사인력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한다"며 "수사는 부실해지고, 치안은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남광주에서는 경찰이 강간미수 살인사건의 증거를 은폐했다. 제주에서는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둔갑시켰다"며 "경찰의 사건 암장이 가히 충격인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된다면 암장을 예방하기는커녕 차후에 밝혀내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이제 10월이 되면 검찰청과 보완수사권이 모두 사라진다. (그런데도) 중수청은 수사인력도 충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초래한 대통령은 갑자기 '경찰개혁기구를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자정하라'고 소리를 높였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넘어, 소도둑이 외양간 고치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8.31 개각엔 "눈 감고 귀 막은 마이웨이"

정 원내대표는 최근 정치현안인 개각 문제에 대해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40%가 무너졌다.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실망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지지율이 폭락하면 국정기조부터 바꿔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의 수장이자, 신약 사기 의혹의 관련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겨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비례대표만 두 번을 하고 장관, 의원직까지 겸직하겠다는 특혜와 불공정의 상징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재경부·국토부 장관 후보자 모두 정책실패의 책임이 있는 차관 출신"이라며 "실패한 경제정책,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이형일·홍지선 후보자 인선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주식·산업정책 놓고 "중국공산당보다 왼쪽" 이념공세

정 원내대표는 부동산, 주식시장, 산업·투자 등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국민 약탈", "중국공산당", "좌파" 등 이념적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은 부동산에 울고, 주식에 속았다"며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투기세력 때문에 부동산이 오른다는 망상에 빠져서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막아놓고, 대출규제와 세금폭탄을 남발한 결과"라고 했다.

"다주택자를 마귀 취급했다"며 "이 분들은 주택시장의 공급자이다. 공급을 막아버리니 폭등은 당연하다"고 다주택자를 '이 분들'이라고 존칭하며 그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좌파적 사고방식 이제는 버려야 한다"며 "과거부터 민주당은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중국공산당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하면서 '방주불초(房住不炒)'라는 표현을 썼다. 어떻게 시장경제를 택한 대한민국과 중국공산당의 부동산 정책이 똑같을 수가 있는가? 이것만 봐도 민주당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택을 투자·투기가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중국공산당만이 아니라 영국 집권 노동당이나 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의 사회당 계열 정당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공공소유 등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도 마찬가지다.

정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대통령은 대출 연체로 주택 경매가 폭증하면, 공공주택용도로 대량매입하겠다고 했다"며 이를 "국가가 금리와 세금으로 압박해서, 집을 사재기하겠다는 것", "국가가 집주인 노릇하고 국민은 세입자로 묶어두겠다는 것", "정책의 가면을 쓴 약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 자녀는 아파트에 살고, 남의 자녀는 폐버스, 고시원, 빌라에 살라는 것이냐"며 "우리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장동 일당처럼 1,000배 수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내 집 마련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아들딸 키우고, 노후대비 좀 하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짓밟지 말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산업정책에서도 이재명 정부는 중국공산당보다 왼쪽에 있다"며 "중국은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강제투자와 이익배분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노란봉투법과 같은 악법으로 기업을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저지른 최악의 기업약탈은 바로 호남 반도체"라며 "어디에 투자할지는 기업이 자유롭게 정해야 한다. 그런데 800조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절차적 공정성이 무시됐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고질병"이라며 "기업 실적이 좋으면 뺏어갈 궁리만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노동부 장관은 반도체를 '공공재'라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AI 국민배당금'을 도입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고 했다"며 "공공, 배분, 배당, 횡재 등 단어는 바꾸지만 그 본질은 하나다. 기업이 돈을 벌면 멍석말이부터 해서 뜯어내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비판에 이은 정책 대안으로는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 "부부 간 상속세·증여세 전면 폐지하겠다", "민간 재개발 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서 주택공급부터 확 늘리겠다"는 등 보수적 색채를 강조했다. "외국인 국민연금 추납제도도 개선하고, 사회보험 전반에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반이민·반외국인 정서를 앞세운 유럽 극우정당과 유사한 주장도 했다.

한편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 때리기에 대한 비판은 연설 3분의 2를 넘어간 지점에서야 나왔다.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것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대법관을 임명하기 위한 사전 길들이기 작업"이라는 정도였다.

정 원내대표는 대법원 부분은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는 "나아가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하고 있다.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12.3 비상계엄 재발 방지를 위한 대통령 계엄선포권 제한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전문 수록 등을 위한 개헌 논의에조차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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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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