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은 투기상품인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투기'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투기와 투자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이론적으로 구분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판별이 불가능하다.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토론회에서 한 시민은 "투기와 실수요는 마음이고, 한 사람 마음속에 같이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크게 공감하였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주택 수, 보유·거주기간, 가격대(고가 여부), 자기자본 비율,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와 같은 기준으로 투기 여부를 판단한다. 투기수요란 증명할 수 없는(마음속의) 의도에 불과하다. 이를 주택 수나 가격대 같은 단편적 기준으로 판별해 부동산시장을 도덕적 프레임에 가두고, 이에 따라 옳고 그름을 구분 짓는 건 무리다. 다주택 소유 여부로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하려 하는 건 그래서 문제다. 투기꾼과 구분하려다 1주택자에게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오히려 시장을 더 왜곡하고 부동산 투기심리를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부동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투자상품이 된 지 오래다. 주택 소유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는 공공 인프라, 도시화와 인구의 집중, 선호에 대한 관념의 변화, 금융·조세 제도와 결합해 가격과 임대료로 나타나며, 이는 현출된 가격과 외부요인 분석을 통해 가치중립적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은 2000년대 초반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음에도 주택 문제에는 여전히 가난하고 집 없는 임차인의 설움, 돈만 아는 악독한 임대인이라는 이분법,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한 서민들의 눈물겨운 사투 같은 신파 코드를 부동산에 녹여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살다 보니 오른 집에서 세금이 올랐다고 쫓겨나야 하느냐"는 40억 아파트 소유 노년층과 "쫓겨나지 않고 편안하게 내 집에서 살고 싶어서 영끌 대출로 실거주를 위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청년층의 서사가 투기와 거리가 먼 정당한 주장처럼 해석된다. 보수와 진보 양측 정치권은 이를 각각 자산소유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감세정책, 또는 청년주택정책·주거복지정책으로 포장해 돈 푸는 정책으로 변형시킨다.
아파트가 주거용 주택이 아닌 투자 상품화되자 전 국민의 마음속에는 '자산 축적을 위한 아파트 구입'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지금 수도권에서 값싼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오직 '상품 가치가 있는 아파트'에만 수요가 쏠려 '집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굳이 정부가 '실수요, 실거주를 위한 집 한 채'라는 이름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1주택 실거주 보호'라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으니, '투기'라는 단어 한마디에 전 국민의 발작 버튼이 눌린다. 정부 정책이 '내 집 마련, 실수요' 뒤에 숨겨진 '집으로 돈 벌고 싶은 마음'이라는 이중성에 도덕적 정당성과 가치판단을 부여한 탓이다.
원래 "내 집에 사는 1주택자는 투기가 아니니 보유세를 감면해 주자"는 논리는 2008~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종부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종부세의 1주택자 과세 기준을 완화하고 장기보유·고령자 공제 혜택을 처음 도입한 것이 조세 왜곡의 출발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1주택 실수요자'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다주택은 투기이자 억제 대상으로 정의하며 각종 중과세와 페널티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종부세 무력화 구조 중에서도 1주택 보호는 그대로 두고 다주택만 때리는 비대칭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8.2대책 등 문재인 정부 초기 대책은 '투기 차단 및 실수요 보호'를 강조하며, 종부세 상향과 실수요 지원책이 짝을 이뤄 설계됐다. 이때부터 다주택·고가주택은 투기 억제 대상, 무주택·실수요는 지원 대상이라는 이분법이 정책 문서의 공식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서민·실수요자 소득 기준을 완화(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 원 이하, 생애최초구입자는 9,000만 원 이하)해 LTV·DTI를 10%p 우대하는 조치가 도입됐다. 1주택 실수요 서민들은 이 조세·금융 혜택을 이용해 보다 투자가치가 있고 돈이 되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다. 2022년 말 금리인상기에는 윤석열 정부가 '1주택 실수요' 지원 정책을 부동산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데 활용했다. 당시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이 없고 LTV가 확대되며 DSR이 적용되지 않는 특혜가 담긴 '빚내서 집사는 선물보따리'였다. 이를 통해 30대 이하 젊은층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아파트가격 상승과 매매량 증가 전환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는 9.13대책의 후속 입법 과정에서 종부세 인상 폭을 완화했는데, 그 주된 수혜자는 1주택자였다. 이 대책으로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과세는 강화했지만, 공제금액 인상·고령자 공제·부부 공동명의 특례·분납제도 등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특례로 장기보유공제 혜택이 확대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종부세부터는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도 단독명의 신고를 선택할 수 있게 해, 부부합산 공시가격에서 9억 원을 공제하고 고령자·장기보유 공제까지 함께 적용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1주택 실수요자' 특혜가 확대되면서 아파트가격이 상승하자, 2021년 정부는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며 상위 5% 이내 고가주택까지 양도세를 100% 비과세하는 등 '1주택 실수요' 특혜의 정점을 찍었다.
비싼집만 더 많이 올랐다- 그 원인은 '1주택 실수요' 정책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를 이념적·도덕적 잣대까지 도입해 계승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1주택 실수요 보호'와 다주택 투기 억제 정책이었다. 그 결과는 시장에서 고가주택 쏠림과 양극화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6% 상승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게 상승한 시도는 서울이 유일한데,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18.67%에 이른다. 서울 안에서도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 상승률은 24.7%, 성동·용산 등 한강 인접 자치구 상승률은 23.13%를 나타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전국 1,600만여 호의 공동주택 중 30억 원 초과 주택은 5만여 호로 0.3% 정도인데, 이 중 99.3%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12억 원 이상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3%인데, 역시 85%가 서울에 몰려 있다.
'1주택 실수요'에 대한 각종 과세·금융 혜택은 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급지, 고가주택, 신축분양아파트' 쏠림과 가격 상승을 심화한반면, 이같은 혜택으로 인해 저층주거지·지방중소도시·중저가주택 밀집지역 같은 비선호지역 시장은 더욱 침체되는 양극화가 발생했다.
같은 서울의 경우에도 고가 분양아파트시장과 달리 비아파트시장은 얼어붙었다. 아파트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10억, 20억을 훌쩍 넘는 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은 치솟고 있지만, 중저가 주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준공 실적은 2022년 2만 2,000가구에서 2025년(작년) 4,858가구로 급감했고, 아파트 대비 비율도 2018년 90.1%에서 작년 9.7%(10분의 1 수준)로 급락하는 등 극심한 위축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3억 원 미만 주택의 비중은 73%에 이르며, 서울로 한정해도 40%에 달한다. '1주택 실수요 보호'와 다주택 투기 억제라는 프레임 아래, 정작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민·청년의 실제 주거지인 중저가주택은 갈 곳을 잃었다.
2030 청년층은 '1주택 실수요 보호' 명목의 조세·금융제도를 통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10억 원 전후의 아파트를 구입한다. 증여를 활용해 양가 부모의 자산까지 총동원하고 영끌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주택 구매 형태가 유행처럼 퍼졌다. 3억 원 미만 다세대주택 등 중저가주택을 실수요자가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장래 가격상승 기대감이 적고, 세제·금융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거주를 위해 2억 원짜리 다세대주택을 보유한다면 생애최초 특별공급자격, 저리의 한도 높은 정책모기지대출,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누가 1~2억 원짜리 저렴한 주택에 이런 혜택을 쓰고 싶겠는가. 일생에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정책 패키지는, 당연히 자기 소득 수준의 최대한도를 끌어와 구입할 수 있는 영끌 아파트 매수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선택이 된다. 오늘날 수도권 소형 아파트 가격 급등의 핵심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민간임대사업자 정책 실패 또한 집값 상승세를 부추겼다. 문재인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 보호 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2017년 민간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규제 회피책으로 널리 알려지며 과도한 혜택이 지적되자 이를 폐기했다. 이후에도 축소·폐지·존치 사이를 오가는 정부 정책은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고, 이에 민간임대사업자 정책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을 완전히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같은 시기 문재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은 규제했지만 전세대출은 폭발적으로 확대했다. '1주택 실수요' 혜택 확대와 전세대출의 대폭 확대가 맞물리면서, 주로 3억 원 전후의 중저가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세수요자로 전환됐고, 전세대출을 통한 우회 경로는 갭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당시 중저가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전세 낀 갭투자를 활용했는데, 장려와 축소·폐지를 오가는 임대사업자제도 아래서 살얼음판을 걷는 곡예를 해왔다. 다주택자는 결국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임대사업자일 수밖에 없다는 양면성과, 이를 반영한 정밀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정부가 간과한 결과 전세사기꾼들이 활개치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임차인의 주거안정이 크게 훼손되고, 민간임대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도 파괴돼 버렸다. 이는 결국 민간 임대 시장 붕괴와 극심한 착공량 감소로 이어져 오늘의 주택 공급 절벽을 낳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대한민국 국정 과제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지적하며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끝내겠다"는 강한 메시지와 함께 대대적 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 중 집값 상승과 양극화 같은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대적 개혁을 단행하려면 그 진단과 처방이 정확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규제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려 '1세대 1주택 실수요자'는 우대하는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과 정책 왜곡을 낳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라는 게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으며, 가장 효율적으로 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정확히 진단한 바 있다.
부동산 토론회 이후 정부 정책은 주로 초고가 1주택에 대한 증세를 중심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30억 원 이상 초고가 1주택에 대한 종부세 확대 방안, 소득이 클수록 공제금액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대상 범위가 극소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 30억 원 초과 주택은 앞서 언급했듯 0.3%에 불과하다. 이런 극소수 초고가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는 시장에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투기자산화된 부동산 시장의 똘똘한 한 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대한민국의 초고가주택 기준이 30억 원이냐 40억 원이냐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실제 주거지인 3억 원 미만 중저가 주택시장의 생태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이냐다.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선진국보다 낮고, 민간임대차시장(전월세)의 절대다수가 다주택자 또는 비거주 소유자에 의해 공급된다.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역할·지위·책임의 범위와 한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1주택·실거주만 장려하고 다주택은 투기꾼으로 치부하는 것은 임대차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혼란과 논란으로 점철됐던 문재인 정부 당시를 복기하고, 현재 정책의 문제점과 제도적 개선 방안을 다시 논의의 선상에 올려야 한다. 민간임대사업자등록제도가 부동산 규제의 우회 수단이자 과도한 혜택으로 여겨져 폐기·축소됐던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되짚어야 한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넣을 것과 뺄 것을 정리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시급히 마련해, 서민주택시장의 정상적인 순환과 작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도덕적 정당성이나 선악의 이분법으로 풀려 해서는 모든 국민을 화나게 만들 뿐이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도구로서 공급·금융·조세 정책이 더 활발하게 논의되는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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