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조국혁신당 등 야당 대표실을 취임 인사차 찾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정당 간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국민의힘과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사태 등 정치현안을 두고, 조국혁신당과는 양당 통합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했다. 민주당은 지난 정청래 전 대표 당시 체제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장 대표의 입장 등을 이유로 장 대표와의 공식 만남을 가지지 않았었다.
김 대표는 먼저 "장 대표는 현재 한국정치에 있어서 어떤 의미에선 필수불가결한, 필수적인 리더", "당원들의 안정적 지지를 받고 계신 제1야당의 리더"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저희들이 함께 발 딛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견해를 달리했지만, 계엄을 해제하는 데 대해선 뜻을 함께 했던 교차의 영역이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친한(親한동훈)계였던 장 대표의 과거를 언급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이후 탄핵 국면에서 친윤(親윤석열)계로 노선을 전환하고 강성·극우 성향의 당원결집 행보를 최근까지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장 대표님과 끊어지지 않는 대화의 다리를 놓고 싶다", "한국에서 정치가 계속되는 한 가장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두 사람이 있다면 장 대표님과 제가 아닌가"라는 등 여야 간 대화·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굳이 형식적일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정례화, 상시화를 넘어서 (양당 간의 만남을) 수시화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 서로 만나고 전화도 하고 수시로 소통하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 대표 또한 "사실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의 대표실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데, 두 사람 간의 대화가 그 동안 많이 있지 못했었다"고 지난 정청래 민주당 당시의 상황을 꼬집으며 "수시로 대화를 하자는 제안에 저도 적극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모처럼 여야 간 훈풍이 오간 자리였지만, 두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일방 제청 논란 등 정치 현안을 두고 곧바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장 대표가 2003년 최종영 당시 대법원장과 노무현 당시 대통령 간의 대법관 제청 갈등을 예로 들어 대법관 임명 동의를 당부하면서다.
장 대표는 "당시 (대법원과) 대통령실과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았다"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최종영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수용하고 임명했었다",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신념에서 그런 결단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제청 과정에서) 절차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절차에 관해서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절차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여당 대표로서 이 문제에 관해 국민의 편에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추가 발언을 통해 "(장 대표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지만 사법·법치 전체 차원에서 수용했던 노 대통령의 결단을 좀 감안하는 것이 좋지 않냐'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한편으로는 그러한 정치적 결단을 요청하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는 맥락을 담아주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장 대표가 다시 발언을 청해 "(내 발언은) 절차에 천착해서 이런 논의를 계속할 게 아니란 취지였다"며 "저는 절차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서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 고유한 권한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 겸 재반박을 했다.
장 대표는 이어 "지금 이런 논쟁이 자칫 대통령과 연관지어져서 바라보게 된다면 결국 국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겠나",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사법적 문제와 (이 논란이) 연관지어진다면 더더욱 문제"라는 등 공세를 취했다
다만 장 대표는 부동산 정책 현안과 관련해선 "당정에서 부동산과 관련한 변화된 입장을 보여주신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라는 등 긍정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 대표 또한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는 걸 기본으로 노력하겠다"고 발을 맞췄다.
김 대표는 이어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양당 간 통합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이날 혁신당 예방 전 당대표 직속 TF로 대통합 추진단을 설치, 그 산하에 조국혁신당 연대분과를 설치하고 이해식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혁신당과 신 대표 측이 이에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한 것.
신 대표는 김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오늘 민주당에서 관련한 발표가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양당 사이에 아물지 않는 상처부터 치유해야 한다.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연대에서의 원칙과 기준부터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혁신당이) 우리 이해식 의원께 적당한 파트너를 정해주시면 바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얘기를 할 생각"이라며 "논의할 수 있는 건 바로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일단은 문을 크게 열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자강'을 강조하고 있는 신 대표의 인터뷰 내용 등을 두고는 "농반진반을 한다면 이것이 합당을 하자는 소리인가 하지 말자는 소리인가 하고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양당 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선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들도 남아있다"며 "저희 당내에선 현실적으로 이중당적 문제 같은 것들 제기된 상황이다. 이중당적 문제를 포함한 당원 정비 TF 책임자로 박선원 의원을 지명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박병언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양당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박 의원을 '이중당적 관련 담당자'로 지정하면서 '이 문제도 해소하자'고 말씀하셨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언급이라기보단 다소 갈등을 확대할 수 있는 언급"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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