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언급을 두고 국민의힘이 "즉각 경질해야만 한다"며 맹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청래 대표가 "솥뚜껑을 먼저 열면 밥이 설어버린다"는 등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각에선 옹호 의견도 분출하는 등 이견이 분분한 모습이 연출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전날 김 실장이 SNS에서 언급한 '국민배당제'에 대해 "사회주의적"이라며 "그런 이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두고 있는 한 정상적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공산당 본색", "북한이 처음 지주들 땅 뺏어 나눠줄 때 농민들은 환호했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데 이어서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국민과 국가,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한다면 즉각 정책실장은 경질해야만 한다"고 김 실장 경질을 청와대에 촉구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기어코 코스피 8000 돌파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시장을 깊은 혼란에 빠뜨렸다"며 "기업의 성과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이재명 정권의 탐욕, 정책실장의 '삥뜯기' 선언 한마디에 파도 맞은 모래성처럼 장중 5%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가히 국가적 경제 테러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갈라졌다. 정청래 당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솥뚜껑을 먼저 열면 밥이 되기 전에 설익어버린다", "충분하게 숙성이 됐을 때 해야 되는 일이 아닐까"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국민배당금) 이런 부분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하자'는 것보다는 학계에서 먼저 연구하는 학문적 고찰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라며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며 소통하고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른바 '뉴이재명' 그룹으로 분류되는 같은 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선거 앞두고 이것은 악재"라며 "본인이 정책실장이라는 것을 잠시 잊으신 것 아닌가"라고 하는 등 좀더 강한 비판 기조를 내비쳤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본이 잘 축적돼서 좋은 성과들이 나타났을 때 이러한 성과를 어떻게 우리 사회가 배분할 것인가 하는 건 미래담론"이라면서도 "이걸 갑자기 정책실장이 툭 던지니까, 그것도 '국민배당' 이런 식의 어떤 용어를 쓰다 보니까 (투자자들이) 화들짝 했다"고 지적했다.
신용한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업의 초과이윤 배분에 대해서 아이디어들이 논의된 적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걸 전 국민 배당금으로 한다고 하니까 기업의 이익을 착취하는 느낌이 들고 포퓰리즘 느낌이 들게 된다"고 김 실장을 비판했다.
신 후보는 "코스피 8000선을 목전에 두고 그 발언이 나오고 그게 외신에 보도되면서 상당히 좀 안 좋은 영향이 있던 것"이라며 "시점에 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발언 내용을 두고도 "방법론과 실행에 있어서는 좀 격한 면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기업 실적 호조로 거둬들인 법인세 등 국가 세수를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기본 원칙"이라는 등, '재분배' 정책 취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옹호 입장도 표출됐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취지를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야당의 비판 자체가 근거 없는 색깔론이자 시대퇴행적 이념 정치"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김 실장의 발언은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끝났거나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아니다"라며 "세금을 추가로 더 걷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대적인 국가인프라 투자에 따른 AI전환 등에서 발생할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진 의원은 이언주·신용한 등 당내 인사들이 언급한 '주가 급락 책임론'을 두고도 "터무니없다"며 "중동전쟁으로 인한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오르는 주가가 정책실장의 원론 한마디에 떨어졌다는 식의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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