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중 유학생 사망에 한국어 선생님들 "우리가 가르친 학생 중 하나"

한국어교원지부 "유학생 '써먹고 버리는' 정책이 죽였다… 폭력 단속 중단, 체류권 보장"

지난달 2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한 베트남 이주민 청년이 사망한 가운데, 한국어교원들이 "우리가 가르친 학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체류권을 보장하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동조합 한국어교원지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 "이주노동자를 '추방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반인권적 단속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어교원지부는 전국 대학교 어학원 등에서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이 가입한 노조다.

지난달 28일 대구 성서공단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추락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뚜안(가명·25세) 씨는 2019년쯤 한국에 입국해 6여 년간 대학에서 공부한 뒤 지난 2월 졸업한 베트남 유학생이었다. 계명문화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계명대학교로 편입해 수학했다.

이후 'D-10' 구직비자로 체류 자격이 전환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으나, 구직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현행 비자 제도 하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졸업 후 8개월이 되던 때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취업했고,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대구출입국사무소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다.

한국어교원지부는 "이번에 희생된 고인은 우리가 가르쳤던 학습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며 "한국어를 배웠고, 대학을 졸업했고, 지역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왜 '미등록 노동자'가 되어 단속을 피해 숨어야 했는가"라 물었다.

지부는 이어 "우리는 교실에서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 이주민들을 만나는 사람들"이라며 "수업에 오지 못한 학습자, 갑자기 연락이 끊긴 학생들 뒤에는 언제나 단속이 있었다. 이 죽음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가 만든 구조적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정부는 대학 재정 위기와 학령인구 감소, 그리고 지역 청년 인구 유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집중해 왔다"며 "그러나 이들이 졸업 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일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대학까지 졸업한 청년이 단속을 피해 숨어야 하는 현실은, 외국인을 '유치'만 하고 '정착'은 허용하지 않는 부실한 정책의 결과"라며 "숫자로만 유학생을 세고, 그들의 삶과 노동, 미래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이 '써먹고 버리는' 외국인 정책의 비극적 전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에 △폭력적 강제단속 즉각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류권 보장 △외국인 유학생 졸업 후 정착 정책 마련 △이주노동자 교육권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부는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추적·포위·체포 방식은 반인권적이며,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체류 자격 정규화는 최소한의 인간적 제도"라면서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한국어교육 및 기본 생활·노동 권리 교육은 보편적 권리이다.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한국어교육 및 기본 생활·노동 권리 교육은 보편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한국어교원지부는 "우리 또한 불안정 고용과 차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교실에서, 일터에서, 지역사회 곳곳에서 공포가 아니라 존엄을 기반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더 이상 누구도 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 죽어가는 사회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이주·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11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합동단속에 의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 책임자 처벌 및 강제단속 중단 촉구 기자회견를 열었다. 사진은 현장에 설치됐던 뚜안 씨의 영정사진.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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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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