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던 뚜안이 나랑 연락하면서 그 얘길했다. '내가 잡혀서 문제가 되면 부모님이 큰일 난다. 남동생한테도 피해가 간다.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유학생 뚜안 씨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다 숨진 지난달 28일, 고인과 긴밀히 연락했던 친구 C 씨는 "뚜안이 3시간 내내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뚜안 씨는 가족에 대한 걱정도 앞서 더 두려움에 떨었던 것으로 보인다.
뚜안 씨는 이른바 '불법체류자'가 아니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D-10' 구직비자 소지자였다.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이 통상 구직할 때 얻는 비자다.
2019년경 입국한 뚜안 씨는 계명문화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같은 학교 글로벌한국어문화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리곤 다시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로 편입해 지난 2월 졸업했다. 그렇게 올해부터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 학비와 생활비는 비쌌다. C 씨는 부모님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아는 뚜안 씨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6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는 취준생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뚜안 씨는 꾸준히 구직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출입국법 테두리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거의 없었다. D-10 소지자가 취업하려면 'E-7' 특정활동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E-7은 전문직 비자에 가깝다. E-7에 규정된 직종 대부분이 관리직과 전문직이고, 그 중에서도 대다수가 이공계열 일자리다. 나머지도 특수 자격증이나 석·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직군이다. 보통의 인문·사회 계열 학사 졸업생이 택할 수 있는 직종은 손에 꼽는다. 뚜안 씨는 전공과 관련된 일반 사무직 쪽을 알아봤으나, 쉽지 않았다.
또 외국인 채용은 출입국 허가를 거쳐야 해 기업의 선호가 덜 하다거나, 같은 조건의 내국인을 더 선호하는 경향 등의 문제가 있기에, 유학생의 취업난은 내국인보다 훨씬 심하다. C 씨는 D-10 비자 취준생이 출입국법을 지키면서 취업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말했다.
뚜안 씨는 이런 상황에서 졸업 후 8개월째에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계약은 인력파견업체와 했다. 그런데 구직비자를 가진 대졸 취준생은 출입국법상 제조업 공장에 취업할 수 없다. E-7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뚜안 씨가 출입국 단속에 곧장 도망을 친 이유다.
뚜안 씨는 다시 고향 호찌민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었다. 호찌민엔 할머니와 남동생이 살고 있다. C 씨는 "원래 올해 여름 돌아가려 했으나, 돈이 부족했다"며 "그래서 내년 설 연휴쯤에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계획했고, 그동안 필요한 돈을 벌어놓으려고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그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단속반 수십 명의 급습을 보고 도망쳤고, 두려움에 떨다 결국 공장에서 추락사했다.
									
유족의 눈물 호소 "더는 이런 억울한 죽음 없게 도와달라"
"우리 딸은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학사 졸업을 두 번 했습니다. 계명문화대 졸업하고, 계명대에 다시 편입했습니다. 6년 동안 대학교 다니면서 한국어 공부도 많이 해 TOPIK 4급도 땄습니다. 더 나은 삶을 바라며 그리 노력해 살았는데, 결국 남은 건 억울한 죽음입니다.
뚜안은 '불법(미등록)'도 아니었습니다. 합법 비자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못 구합니다. 비자 구직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합니다. 취업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합니다. 많은 D-10 친구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근데 그러는 동안 생계는 어떻게 유지합니까? (몰래)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지 말란 말입니까? 굶어야 합니까?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말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른 친구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제발 제도를 개선해 주세요. D-10 친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지원과 보호를 해주세요. 학교를 졸업한 이주민 학생도 자기 일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생계유지가 어렵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생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걸 범죄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합법이든, 불법이든 모두 다 사람입니다. 범죄 저지르지 않고,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그저 생계를 위해 애써 살아가는데 출입국 단속은 너무 지나칩니다. 단속을 이렇게까지 하니 합법인 뚜안도 두려움과 압박감에 도망쳤습니다. 그게 아니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A 씨는 지난달 31일 화장터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힘겹게 입을 열었다. A 씨는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며 "그래야 내 딸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은 죽지 않게, 제발 더 나은 삶을 살게 도와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친구 D 씨는 이날 뚜안 씨의 관에 볼 터치와 립글로스를 넣어줬다. D 씨는 "뚜안은 꽃, 아기자기한 물품, 작은 화장품 같은 걸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볼 터치를 정말 좋아했다"며 "시간만 나면 올리브영에 볼 터치 사러 가자고 얘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뚜안의 죽음이 억울하다"며 "법무부가 이런 식으로 더는 단속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학 장사' 해놓고 일자리는 옥죄고… "구조적 살인"
최희성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이행' 대표는 "한국이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고 무책임하게 실질적 교육 및 관리 대책 없이 유학 장사를 해왔던 것이 구조적 원인 중 하나"라며 "고가의 등록금은 다 받아놓고 정작 이들이 졸업하면 한국에서 취직할 공간은 없는 상황인데, 이런 구조에서 유학생들이 미등록 체류가 돼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 졸업생 고용률을 보면 7.74%로, 국내 전체 대학 졸업생 평균 취업률 69.6%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 대표는 "E-7-1 비자에 해당하는 직종을 대폭 넓혀야 한다. 지금은 지나치게 이공계 등에 쏠려있는데 사무직 등으로 직종을 다양하고 폭넓게 늘리는 게 방법"이라며 "현재 지역의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에서 사무직 등의 취업 기회를 넓게 연다면,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겐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도 "법무부의 폭력적 단속과 잘못된 비자 제도가 몰고 간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 선정 범위를 폭넓게 열고, 불필요한 한계 조항도 없애며, 또 최소 두세 달은 일해본 후 출입국에 신고해도 되는 그런 열린 방향으로 D-10 비자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근본적으론 노동부가 아니라 출입국이 모든 노동관계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또 이런 죽음은 산재 사망 기준에도 부합한다며 "과거 대법원은 출입국의 폭력적 단속 때문에 이주민이 작업장에서 사망해도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출퇴근길에 다쳐도 산재가 인정되는데, 단속은 이주민이 '일을 하니까' 출입국이 잡으러 오는 거 아닌가? 업무 관련성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도 지난 3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요할 때는 이주노동자를 노동력으로 부려 먹고, 필요 없을 때는 '불법'이라 낙인찍어 내쫓는 이중정책이 오늘의 비극을 낳았다"며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상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가 체류권을 제한하고 제도를 닫아놓은 결과다. 불법을 만든 것은 개인이 아니라 제도"라고 비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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