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이 새로 지명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 조건으로 차별금지법·비동의강간죄 등 젠더 의제들에 대한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의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보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2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사퇴한 강 전 후보자의 후임으로 올 새 후보자의 자격 요건에 대해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비동의간음죄, 이런 (의제들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좀 있는 측면이 있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본인이 좀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거기서 어떤 입장,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내가 노력하겠다',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은 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너무 늦었다', 'UN 권고나 이런 걸 좀 따르자'라고 하는 글로벌한 태도, 전향적인 태도를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이거 가지고 '갈등 사안인데 왜 그걸 하느냐'고 그러지만 (다른 것들도) 다 갈등 사안이다"라며 "모든 부처의 장관들이 갈등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강 전 후보자의 '젠더 인식 부재' 논란을 염두에 둔 직격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전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차별금지법·비동의강간죄 등 진보적 젠더 의제들에 대해 '사회적 갈등'을 명분으로 보류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합의'를 말하면서 그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밝히지도 않은 답변이었고, 이에 여성계 등 시민사회에선 "성평등을 견인하는 부처를 총괄할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의당·녹색당·노동당 등 진보3당이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논란만큼 문제적인 것이 (강 전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적 입장의 문제"라며 "비동의강간죄,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생활동반자법, 이 네 가지를 하지 않고 어떻게 성평등을 이루겠다는 것인가"라고 강 전 후보자의 정책적 태도를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이면 이런 사회적 갈등 문제, 사회적 합의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본인의 노력, 의지, 계획 이런 게 분명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재강조했다.
다만 박 전 의원은 "대통령은 이런 문제가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 또한 대선 과정 및 취임 30일 기자회견 등에서 해당 의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같은 태도를 보였는데, 이에 대해선 일부 두둔한 셈이다. (☞ 관련기사 : 李대통령 "차별금지법보다 민생이 시급"…결국 또 '나중에'?)
한편 박 전 의원은 정부·여당이 보좌진 갑질 의혹 속에도 '강선우 임명 강행' 기조를 보였으나, 전날 강 전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한 데 대해선 "이 대통령한테 좀 주목을 하고 싶다. 형식은 자진 사퇴 형식이었는데 대통령의 결단인 것"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통령이 임명 강행의 의지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여론의 추이, 여러 지표들을 보면서 '달리 판단하고 움직인다', '그럴 수 있다', 이렇게 하는 리더십"이라며 "지는 게 아니라 민심을 받드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해 주는 게 맞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선 "이재명식 리더십, 이재명식 결단, 이재명식 용기 이런 것들을 지금 보여준 것"이라며 "(강선우 사퇴 사태는) 오히려 높게 평가해줘야 된다. 지금 이게 지는 게 아니다"라는 등 상찬했다.
박 전 의원은 반면 강선우 임명 강행 기조를 전날 강 전 후보자 사퇴 직전까지 고수한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에 발맞추는 역할은 충실하게 했는데, 민심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역할에서 오히려 대통령실보다 늦었다"며 "좀 아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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