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 기조를 고수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강 전 후보자 자진사퇴 직후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가 강 전 후보자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밝힌 가운데, 덩내에서는 강 전 후보자 사퇴 표명 직전 그의 자진사퇴를 처음으로 공개 촉구한 박찬대 당대표 후보에게 시선이 쏠렸다. 박 후보가 결과적으로 '명심'을 적중시킨 상황이 되면서, 정청래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당권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강 전 후보자 사퇴 직후인 23일 오후 4시 15분께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가 후보직을 사퇴했다"며 "당은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진사퇴 배경에 대해선 "(당이) 강 후보자에게 따로 연락을 받거나 한 건 아니다.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확인했다. (SNS에 보인) 그 마음들이 결단의 배경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했다. '당과 강 후보자 사이 교감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도 "본인이 여러 상황을 보고 그런 결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했다.
앞서 이날까지 이소영·김상욱·김남희·권칠승 의원 등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강 전 후보자의 '갑질 의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기류 변화가 일부 감지됐지만, 당 지도부의 경우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열린 의원총회 직후까지도 "변한 것이 없다"(문금주 원내대변인)고 임명 강행 기조를 고수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도부 입장 표명 후 채 2시간이 안 돼 강 전 후보자가 별도 교감 없이 사퇴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 전 후보 사퇴 직전, 당권주자이자 이재명 대통령과 과거 당 지도부를 함께 맡아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찬대 후보가 공개적으로 '사퇴 촉구' 입장을 밝힌 것은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국회 본회의가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 3시 30분께 페이스북에 "강선우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썼다. 친명 핵심 인사인 박 후보는 당권 레이스에서도 '의원들의 지지'를 강하게 받고 있는 인물로 평가돼 왔는데, 그런 그가 강 전 후보자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당 주류의 분위기 급반전을 시사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 입장문은 박 후보가 사퇴를 촉구한 때로부터 17분 만인 오후 3시 47분께에 나왔다. 이후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대통령실에 알린 지 1시간가량 이후 개인 소셜미디어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강유정 대변인)라고 밝혔다.
즉 △오후 2시 45분께 강 후보자가 사퇴의사를 대통령실에 전했고 △잠시 후 3시 30분에 박 후보가 자진사퇴를 공개 촉구했으며 △3시 47분에 강 전 후보자가 사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고 △그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강 전 후보자나 대통령실과 교감하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론 당 내에서 박 후보만이 이 '1시간' 사이 이른바 '명심'을 적중시킨 셈인데, 현재 당권 경쟁의 구도가 '친명 대 친명'의 '명심 경쟁'으로 흐르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은 눈길을 끈다.
앞서 경쟁자인 정청래 후보의 경우, 강 전 후보자 논란이 촉발되자 오히려 그를 "강선우 곧 여가부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등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앞선 상황에서도 "국민정서에 있어서 고민되는 부분",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이라는 등 신중론을 폈다.
지난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가 압승을 거둔 가운데, 강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명심 경쟁'에서는 박 후보가 결과적으로 우세를 드러낸 셈이다.
전날에는 문진석 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보좌진과 의원은 직장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동지적 관점도 있다.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22일 CBS 라디오 인터뷰)고 강 전 후보자 옹호성 발언을 내 당내 소장파의 반발이 촉발됐고(☞ 관련기사 : 與 이소영, '강선우 옹호'에 쓴소리…"우리는 노동감수성 강조해온 정당"), 앞서 우상호 정무수석의 경우 강 전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민을 전하면서 "(강선우 임명 강행)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용산과의 거리'라는 면에서 보면 현 김병기 지도부보다도 박 후보가 더 강점을 보인 모양새가 됐다.
'당·정·대 원팀'이 차기 지도부의 제1과제라는 점은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층이 공감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현 지도부가 '강선우 강행'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강선우 사퇴'를 받아들인 현 시점에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역할의 적임자는 박찬대'라는 의견까지 섣부르게나마 나오고 있다.
박찬대 캠프 측 인사인 노종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가 강 전 후보자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배경에 대해 "우 정무수석이 얘기한 것에 대통령의 고민이 들어 있다고 본다. 지금 당에서 강력하게 (강선우 임명 강행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한 고민)"이라며 "그런 상황 때문에 박 후보가 결단하고 매듭을 짓는 정치적 입장 발표를 해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나 한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박 후보는) 지난 18일에 이미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방송에 나와서 밝혔다"며 "그 시점이 언제냐, 정 후보께서 '장관 축하드린다'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냈던 때다"라고 경쟁 후보 측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현재 당권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정 후보까지 '강선우 강행' 기조로 뭉쳐 있던 상황에서 박 후보 홀로 대통령실의 고민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 '사퇴 촉구'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취지다.
박 후보는 이날 강 전 후보자 사퇴 직후 SNS를 통해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냈다. 정 후보는 "안타깝다.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썼다.
한편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초유의 '현역 장관후보자 낙마' 사태를 겪은 민주당은 보좌진 처우 개선 등 제도적 노력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이 (보좌진 처우) 문제는 강 후보자 사안과는 별개로 그동안 오랫동안 필요했던 것"이라며 "보좌진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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