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재판 '추후지정'에…대통령실 "입장 없다"

민주당, '환영' 한편 "형소법 보류 이유 없다"…국민의힘 "사법부가 대통령 무서워 독립 포기"

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을 변경해 '추후 지정'키로 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특별히 입장이 없다"는 반응만 보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언론브리핑에서 '서울고법의 선거법 사건 추후 지정에 대해 대통령 입장이 있는가' 묻는 기자의 질문을 듣고 이같이 밝혔다.여당이 이른바 '대통령 재판 중지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관련한 대통령 측 해석이나 평가는 자제한 셈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날 오전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 관련 사건 기일 변경 결정을 알리며 "(이는)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추후 지정'은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에 쓰는 용어다. 즉 헌법 제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이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도 중지된다는 것.

다만 법조계에선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적용 범위를 두고 새로운 범죄의 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 또한 여당은 "기소와 재판은 한몸"이라는 입장을, 야당은 별개라는 입장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류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부가 '대통령 재판 중단' 해석을 명확히 한 것이 아닌 개별 재판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개별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이라는 논란 소지가 여전히 남는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어느 개별 재판부의 의견으로 (헌법 84조 해석) 그런 것이 정리가 된다면 이는 헌법정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법원이 명확하게 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은) 재판이 중단된다'라는 명확한 해석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만약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형사법 개정 추진을 저희들이 보류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기일변경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각종 개혁 과제들은 중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이 대통령 재판 추후 지정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총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이 되면 죄가 사라지나. 헌법 84조는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고법의 판단은 한 마디로 사법의 유예다. 권력의 일정에 순응한 개별 재판부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어떤 판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권한이 있나"라고 반발하며 "대통령의 임기 초반 권력이 무섭다는 이유로 판사가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한 셈",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 버린 고법 판사의 판단은 두고두고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도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앞다투어 비난에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헌법상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 헌법적으로도 그렇고 다수 국민 상식면에서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도 "법원이 드디어 이재명 대통령에 무릎 꿇었다"고, 김기현 의원 또한 "유권무죄가 상식이 돼버린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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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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