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만든 "물도 못 마시는 가자지구"…인프라 90% 붕괴

국경없는의사회 "집단학살 속 물을 무기화"… 물 받으려다 총 맞아 죽는 주민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이 물을 제대로 못 마신다. 넷 중 하나는 생활용수가 부족해 몸을 씻고 요리하기도 어렵다. 어떤 지역은 집마다 10일에 30분씩만 지하수 우물(관정)을 쓸 수 있다. 모든 피난민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지하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물이 없는 지역도 태반이다.

구호단체는 물 배급 트럭을 긴급히 보낸다. 그런데 주민이 줄을 서는 동안 이스라엘군 총에 맞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5년 7월 누세이라트에서 10살 아동을 포함한 주민 여럿이 식수 배급 줄에 있던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한 이스라엘 방송에서 '실수였다'고 밝혔다.

물을 배급하는 단체도 사살 대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물 공급자다. 이들의 이름이 크게 그려진 트럭과 우물은 총 세례를 받거나 폭격됐다. 기관총, 탱크, 드론, 쿼드콥터 등이 동원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주의 목표를 밝히고, 이스라엘군 요구에 따라 좌표와 용도 정보를 공유한 터였다.

모두 지난 2년 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일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8일 <물을 무기로 삼다>(☞관련자료 바로가기) 보고서를 내며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자행한 집단학살 속에서 물, 위생, 보건 접근성이 어떻게 고의로 파괴돼 왔는지 목격했다"고 고발했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질식"시키고 "집단적 처벌"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025년 2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쓰러질 듯한 건물 옆에서 물을 구하고 있는 모습. ⓒ국경없는의사회

침공 전에 비해 5배 오른 물 가격…용변 처리도 어려워

보고서를 보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물·위생 인프라의 90%가 손상됐다. 해수 담수화 공장, 시추공(우물), 파이프라인, 하수 시스템 등이다.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가 없는 가자지구는 지하수와 바다가 유일한 수원이다. 담수화 공장과 우물, 파이프라인의 파괴는 물 공급의 붕괴와 같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군의 파괴로 폐수 처리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방출된 하수로 인해 (물은) 점점 더 오염되고 있다"며 "바닷물의 염분 등을 제거하는 담수화엔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의 공급이 차단됐고, 북부 담수화 공장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민간업체의 물 가격은 침공 전에 비해 5배 올랐다. 침공 전엔 25셰켈(약 8500원)로 1000리터 물탱크에 식수를 채웠으나, 지금은 150셰켈을 지불해야 한다. 보고서는 "생계 수단을 잃은 대부분 가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누도 사치품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모든 물품 반입을 금지했던 2025년 3~5월엔 비누, 샴푸, 세제가 전혀 유통되지 않았다. 모두 "수제 해결책이나 치약 같은 다른 제품에 의존했고, 대부분은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했다. 1셰켈(330원)에 불과했던 비누는 40셰켈(1만 3200원)까지 값이 올랐다.

위생 인프라는 사실상 붕괴했다. 기본적인 용변 처리조차 힘겹다. 주민들은 땅에 구멍을 파 임시 화장실을 만들어 생활한다. 보고서는 "주민들은 피난 텐트 안에 변소를 파거나, 수많은 사람과 한 화장실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 변소는 금방 가득 차며 종종 우물과 너무 가까워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폭우는 이런 원시적인 시설을 침수시켜 오물과 분변 박테리아를 퍼뜨린다"며 "폐기물 수거가 중단되고, 연료 부족으로 인해 생활 구역에는 고체 폐기물이 쌓여가고 있다"고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차 의료 센터에서 본 환자 대다수가 15세 미만의 어린이이고, 피부병만 2025년 1차 의료 상담의 약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되기 전인 2022년 5월 2일(왼쪽)과 2024년 6월 3일 라파주의 한 UN 기구 물품 창고 모습. ⓒ구글어스

물자 반입 틀어쥐고 구호단체 조준 사격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이 "필수 물자의 반입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수처리와 물 배급에 필요한 전기와 연료가 차단됐고, 해수 담수화 장치, 펌프, 염소 등 필수 물자를 들여오기 위한 승인 요청도 거부되거나 답변 없이 지연된다"고 밝혔다.

또 "반입이 승인돼도 검문소에서 돌려보내져 장비가 몇 달 동안 묶여 있었다"며 "이스라엘 당국은 구호품을 수도꼭지처럼 사용하며 가자지구에 아주 적은 양만 들어오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배급 금지 리스트엔 주민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이 대부분 포함됐다. "물 트럭, 담수화 펌프, 금속 폐기물 컨테이너, 소형 발전기, 하수도 검사 및 막힘 제거 장치, 수질 검사 키트, 역삼투압 설비, 화학 세척 재료" 등이다.

나아가 화학물질에 대해선 전체 성분 표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영업상 비밀이란 이유로 제조업체들이 공개하지 않는 정보다. 이 때문에 봉쇄 장벽을 넘지 못한 '화학물질'엔 비누, 손 소독제, 의료적 약품, 소독제, 염소, 모기 퇴치제, 살충제, 수처리에 필요한 각종 화합물 등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한 예로 "2025년 3월 반입 요청했던 조립식 화장실 2150개는 106일을 기다린 끝에야 승인됐지만, 또 다른 절차상 문제로 12월 중순까지도 이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2024년에는 담수화 설비가 단 한 대도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 1일부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모든 물자 반입 요청을 불허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24년 3월 이스라엘이 UN과 협력해 "가자지구 전역에 식량, 식수, 의료 등 필수 서비스와 인도적 지원을 대규모로, 차질 없이 제공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에 △가자지구에 대한 접근 제한을 즉각 종료하고 △물·위생·보건 물자 반입 방해를 중단하며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시설 및 민간인과 구호 활동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UN 회원국엔 "가자지구 주민의 물·위생·보건 시설 복구와 보호를 위해 모든 경제적, 안보적, 법적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며 "UN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가자지구 전역에 물·위생·보건 시설 지원을 즉각 증대하고, 긴급 대응과 복구를 위한 자금을 지속적이고 유연하게 집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 한 팔레스타인 아동이 물통에 물을 채워넣고 있다.(2025년 3월 촬영) ⓒ국경없는의사회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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