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두고 탄핵 찬·반 세력이 나란히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세 대결을 벌였다.
탄핵 찬성 측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야8당은 2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앞 24시간 철야 집중 행동 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100만 명이 참여한 '8대 0'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는 긴급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서명은 지난달 30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72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시작 하루만에 39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하원오 비상행동 공동의장(전국농민총연맹 의장)은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하고 123일만인 오는 4일 파면을 당할 것"이라며 "오늘 100만 명의 하늘의 뜻을 모았다. 불과 72시간만에 100만 명의 서명이 모였다. 하늘이 내린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는 천명(天命)을 헌재에 전한다. 헌재는 부디 이 천명을 거스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호림 공동의장(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도 "민주주의의 회복과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100만 시민의 열망을 모아 헌재에 탄원을 제출한다"며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즉각적인 파면, 8 대 0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무겁게 받아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원서 서명에 참여한 시민 여영은 씨는 "더이상 탄핵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탱크와 헬기가 곳곳에서 들이닥치는 실제의 공포 앞에서 '이건 아니다. 이것은 막아야 한다'라는 폭풍과 같은 울림이 우리를 민주 시민으로 다시 깨어나게 했다"며 "(윤 대통령) 탄핵은 우리 모두의 존엄 생명의 문제다. 그러므로 마침내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헌재는 이제라도 윤석열과 내란 일당의 명백한 헌법 위반과 행위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6대 2도 아니고 7대 1도 아닌 8대 0 만장일치 파면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헌법 재판관 중 그 누구라도 내란 범죄를 저지른 윤석열을 비호하고 두둔한다면 헌법 재판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주권자 시민들이 가까스로 지켜온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윤석열 파면' 촉구 목소리도 안국역 일대(일명 '윤석열 파면 광장')에 메아리쳤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범불교시국회의·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스님과 활동가 20여 명은 조계사 대웅전 앞부터 파면 광장까지 300미터(m) 이상을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오체투지를 마친 지몽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4일 11시 윤 대통령은 탄핵안이 인용되고 파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체투지를 하고) 오면서 노동자가 존중 받고 차별금지법이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감절히 염원했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야단법석승가회 소속)은 윤 대통령 내란 사태 이후 불안한 마음, 즉 번뇌(煩惱)를 해탈(解脫)하는 주문이라면서 "대한민국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힘줘 말했다.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감리교목회자모임 새물결은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감리교인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시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국민에게 헌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롯이 '파면'뿐"이라며 "국민들은 이미 윤석열을 파면했다. 헌법 재판관 8인은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했다. 이어 "단언컨대 '전광훈식 극우주의와 단절 선언'만큼 큰 전도가 없다"며 기독교대한감리회를 향해 "극우 기독교 세력과 결별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인들 1643명은 시국선언을 통해 "거리에서 극우 폭력이 자라고 권력기관과 지배층이 법을 초월해 '내란'에 복무하는 나라,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절벽 끝까지 내몰려왔다"며 "윤석열 파면 없이 생명, 자유, 평화는 없다. 헌재는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파괴·헌법 유린'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파면'과 '구속·체포'를 처방했다.
전국여성연대는 "헌재의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헌재가 바라봐야할 것,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주권자들의 목소리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며 "여성시민들이 요구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을) 만장일치 파면하라"고 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윤석열 정부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신규 원전 건설·SMR 도입 등 무책임한 핵발전 확대 정책 및 생태 파괴 정책 등을 비판하며 생명과 정의, 연대와 평화라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 헌법! 반 환경!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헌을 문란한 내란죄뿐만 아니라 군통수권자가 계엄의 명분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려 했던 충격적인 범죄도 저질렀다"며 헌재를 향해 "전쟁 책동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했다. 30여 개 시민단체들 또한 "궁지에 몰린 윤석열은 국민 학살을 계획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내란 수괴이며, 전쟁을 도발하여 영구집권을 꿈꾼 외환 수괴"라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탄핵 반대 측, 'KING석열 IS BACK'…윤상현 "尹 기각될 수밖에 없어"
극우세력들도 질세라 안국역 5번 출구 부근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서명을 헌재에 제출키로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가로세로연구소·자유대한호국단과 함께 극우 집회 장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5일부터 이날까지 받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서명 42만9617건을 헌재 민원실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논의된 12월 초부터 2월 4일까지 탄핵 반대 서명 135만2151건을 모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우리가 총 178만 장이 넘는 탄핵 반대 탄원서를 모은 것은 그만큼 애국시민 분들의 탄핵 반대 열정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총체적으로 보건대 (윤 대통령은) 탄핵할 정도로 헌법을 위반하지 않아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자유통일당 등은 또다시 '국민저항권'을 언급하며 사법부를 압박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참가자 7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 "반국가세력을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등 무력행사를 암시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발언대에 선 한 참가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을 일으켜 재판받는 폭도들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현장에서 'KING석열 IS BACK'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하는 참여자들은 <프레시안>에 "티셔츠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은 서부지법 사태로 억울하게 구금된 청년들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여당 정치인들도 극우세력의 위협에 힘을 보탰다. 홍성·예산 소재 국민의힘 도의원과 군의원 10여 명은 이날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과 즉각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백골단(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지탄받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도 의원은 무대에 올라 "윤 대통령은 즉각 복귀할 것이다. 대통령 복귀는 우리 1차적 목표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 복귀하고 나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공정한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일상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 감시·감독의 눈을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탄핵 찬·반 집회는 각 구역마다 경찰차 등으로 차단돼 양측 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