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경선은 '찐명 경쟁'? 서영교, 박찬대에 양보

친명 후보 난립했다 지도부 내 교통정리…徐 "박찬대로 총의 모아진 건 아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당내 교통정리를 통해 박찬대 최고위원과 김민석 의원 간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치르는 첫 당내 선거인 만큼 '친명' 명함을 든 후보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혼전 양상이 예상됐으나,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김성환‧서영교 의원 등이 중도 포기하면서 예상 외로 경쟁 구도가 단순화되는 모습이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서 최고위원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기자회견 직전 불출마로 입장을 선회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번에 원내대표에 출마해 민생과 개혁의 양 날개로 민생을 살리고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는 원내대표 일을 하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2명의 최고위원이 같이 그만둔다면 향후 8월말까지 최고위원직이 수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2명 자리가 빈다. (그것은) 당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출마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할 경우 최고위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나 "지도부 내에서도 최고위원 2명이 다 사퇴하는 건 여지껏 없는 일이고 무리한 일이란 의견이 있었다"며 "제가 최고위원직을 임기 끝날 때까지 잘 마무리하고 박찬대 최고위원만 최고위를 사퇴하는 게 당의 부담을 줄이고 선출직으로 저희에게 일하라는 당원과 국민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의 강력한 투톱 체제로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마쳤다. 이어 이날 최고위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최고위원은 (둘 다 최고위원을 사퇴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들었던 것 같다"며 "오늘 (기자회견) 할 걸 어제로 당겨서 했다"고 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과 조율을 위해) 전화를 요청한다, 만나자 했는데 (박 최고위원이) '누님 월요일날 봬요' 이래서 나는 월요일날 볼 생각이었다"며 "(박 최고위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했으니까, 나보다 의지가 훨씬 더 강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반응에 대해선 "제게 되게 미안해하셨다"며 "(제가) 기자회견 선언을 먼저 한 것은 아니니까 제가 '다음에 하겠다'고 얘기드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도부 내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으로 총의가 모아진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서영교가 나갔다면 서영교로 총의가 모였을 것"이라며 "그렇게 볼 필요 없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최고위원 출신 후보는 박 최고위원 1인으로 좁혀진 데 이어 당직자 출신 후보군도 정리되어가는 수순이다. 정책위의장 출신으로 총선 때 전략공천관리위원을 지낸 김성환 의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성환 의원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한다"며 "재선 때까지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던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당직자 출신 가운데 김성환 의원과 더불어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민석 후보는 아직 출마 선언 전이지만 출마가 유력하다. 그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자 원내대표 보궐선거에 입후보했으나 홍익표 의원이 당선되며 도전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후 정책위의장과 총선 상황실장을 연달아 맡으면서 당내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간 경쟁으로 치러지는데 비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명계 내 '집안 싸움' 성격이 강하다. 총선을 거치며 사실상 친명이 주류 세력으로 거듭나며 비(非)이재명계 후보군이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박찬대‧서영교 최고위원, 김민석‧김성환 의원 모두 친명계로 분류되며, 이들 외에도 하마평에 오르는 박범계·김병기·김영진 의원 등도 친명계에 속한다. 비명계로 분류될만 한 후보군으로는 남인순·한병도·조승래 의원 등이 있다.

다만 사라지는 비명계 후보들의 머릿수 이상으로 '찐명'을 자처하며 당내 2인자 자리를 노리는 원내대표 후보군이 속출하면서 당내에서는 과열 경쟁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서영교 최고위원과 김성환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물망에 오르던 진성준‧민형배 의원도 각자 전날 당직(정책위의장‧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군이 정리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군 가운데 박찬대 최고위원과 김민석 의원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많은 원내대표 선거의 특성상 승부를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다음달 3일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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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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