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화책' 같았던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 진짜 질문은 없었다

[인터뷰] '우리가 숙의를 하긴 했나?' 묻는 기후 공론화 참가자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지난 13일 마무리된 '기후위기 대응방안에 대한 공론화'에 대한 평가는 거칠게 요약하면 조급함이었다. 겉으론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촉박한 일정과 부실한 토론 의제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공론화 의제숙의단에 참여한 시민사회 위원 8명이 다수 의사를 거스른 진행에 항의하며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다.

공론화는 2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올해 초 추진했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탄소중립 목표와 절차가 "미래 세대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탄소 배출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제대로 정하라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그런데 기후특위는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지난 2월 '한국형 숙의 공론화'를 추진했다. 2월은 헌재가 정한 법 개정 마감 시한이었다.

그렇게 구성된 기구가 최종 352명이 모인 시민대표단이었다. 이들은 지난 3월 넷째 주와 4월 첫째 주 주말 동안 총 네 차례 토론에 참가했고, 마지막 날인 4월 5일 공론화위원회가 주문한 설문조사에 임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토론 시간은 총 8시간은 될까요? 하루에 2~3시간 정도였으니."

시민대표단이었던 이용희 씨가 "숙의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지난 20일 <프레시안>과 만나 말했다. 이를 듣던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의제숙의단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보다 미리 모여 이들이 논의할 의제를 정한 공론화 기구다.

<프레시안>은 지난 20일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이용희 씨와 이보아 정책국장을 만났다. 기후특위 공론화에 대한 이들의 평가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이용희 씨(왼쪽)와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3월 11일 시민대표단 모집이 확정됐다. 마지막 일정인 4월 5일까지 대략 한 달 활동했다. 시간이 촉박했나?

이용희 : 우선 지금 내는 비판 의견이 혹시라도 다음 공론장에 해를 끼칠까 걱정된다. 공론화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평가하자면, 시간은 촉박했다. 관련 내용을 미리 숙지하려고 시민대표단에 선정된 후부터 자료실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갔는데, 자료는 거의 본 행사 직전에 올라왔다. 가장 빨리 올라온 게 일주일 전쯤이었다. 미리 보라던 강의 영상은 3일 전에 올라왔다.

본 행사도 토론 자체보다 '리허설'을 더 길게 했다. 4일 간의 행사 일정은 매일 오전엔 강의를 듣고, 오후에 관련 토론을 하고 질문 취합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현장 참석자 160명이 8~10명씩 찢어져서 조별 토론을 했다. 그런데 실질적 토론 시간이 2~3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조라 해도, 다들 처음 본 이들이다. 진행자가 '자 얘기해 보세요' 하는데, 토론하기 보단 피상적인 인상을 더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저녁에 있을 생방송에 대비한 리허설이 더 길게 진행돼 더 기억에 남는다.

프레시안 : 왜 피상적인 인상을 나눴다고 느꼈나?

이용희 : 토론 진행 방식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쉽다. 서로가 생각을 원활히 나누는 토론이 전혀 아니었다. 조별 진행자가 의견 분포를 균질하게 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느꼈다. 어떤 주장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의도는 없었겠지만, 토론이 통제되는 느낌이었다.

참가자들이 신뢰 관계를 쌓을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 강의 듣고 점심 먹고 시작된 토론 자리에서 '교수님 생각에 동의한다' '이런 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 등 인상 깊은 점 위주로 이야기를 더 하게 됐던 것 같다.

프레시안 : 긍정적으로 본 부분은 없나?

이용희 : 당연히 있다. 가장 크게는 파편적으로만 알던 정보를 이번 기회에 종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평소 기후위기를 잘 몰랐던 시민들은 '이렇게나 심각한 문제였다니' 하고 새로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자료집이나 영상은 솔직히 '좋은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이 단편적이었고, 진짜 고민해 봐야 할 질문은 다루지 않는다고 느꼈다. 무엇을 안다는 건 시작점이다.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할 건데, 우리가 어떻게 변할 건데, 이걸 구체적으로 얘기해 나가야 하는데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전문가들의 주제별 발표 내용도 많이 겹쳤고, 내용도 시민대표단에 맞게 쓰기보다 시간이 촉박하니 대학에서 쓰던 자료를 급히 편집해서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었다.

일주일 전 통보, 도돌이표 논의

프레시안 : 시민대표단이 논의할 의제를 의제숙의단에서 먼저 검토했다. 우선 의제숙의단은 뭔가?

이보아 :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의 토론과 숙의를 위해, 이들이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고 구체화하는 기구였다. 청년, 청소년들과 노동, 시민사회, 산업계에서 17명이 모였다. 또 분야별 전문가 자문단 13명도 따로 있었다. 이들 30명이 2월 26일부터 2박 3일로 워크숍을 했다. 그런데 워크숍 자체를 일주일 전에 통보했다. 며칠 전 통보받은 사람도 있다. 이런 촉박한 결정은 시민대표단 토론 행사 직전까지 계속 같았다. 모두 급하게 준비했고 참여했다.

프레시안 : 전반적으로 숙의가 안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왜 그런가?

이보아 : 가령 불이 났다고 해보자. 그럼 나와야 할 질문은 '누가 불을 질렀느냐'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런 게 몽땅 빠졌다. 그러니까 기후위기라면, '누가 탄소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을 어떻게 지워야 하는데?'란 의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대기업, 화석연료 기반 기업, 부유층 등이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발표에 참여한 학자들도 절대 모를 리 없는 내용이다. 국제적 상식이니까. 그런데 여기선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시민대표단 토론엔 법학·환경 분야 교수 등 박사 15명과 환경단체 관계자 3명이 함께 했다.

이보아 :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대표단에 탄소 배출 구조를 설명하는 발표 내용을 보면, 정말 문제가 많다. 계속 '우리'를 거론한다. 산업계가 생산활동으로 배출한 걸 '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온수를 쓰고, 전기를 쓰는 데서' 나오는 걸로 설명한다. 발표자 자료를 미리 검수할 때 호도하면 안 된다고 네 차례나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구조는 설명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로 표현했는데, 이 개인마저도 소득별로 탄소 배출량이 엄청 차이 난다. 고소득층의 탄소 배출 책임, 당연히 언급하지 않았다. '모두의 책임'만 물었다. 즉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의제숙의단은 무엇을 논의해서 시민대표단에 전달했나?

이보아 : 3가지 의제가 있다.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감축 목표, 어떤 경로로 줄일지 감축 경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낼지 이행방안이다. 이 중 책임과 대안 부분인 이행방안을 의제숙의단이 거의 다루지 못했다. 산업계 측을 제외한 의제숙의단 모두가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를 헌재 결정에 맞게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공론화위가 사실상 산업계에 편향돼 있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볼록' 경로(먼 미래에 탄소를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반대는 '오목' 경로)를 채택하자고 우기는 데서 드러났다. 헌재 결정 취지는 명확하다. "미래세대에 기후 부담을 지우지 말라"다. 그럼 적어도 국제 사회 수준에 맞게 감축량을 대폭 높이고, 지금 바로 급격히 줄여야 한다. 감축 목표와 경로 모두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워크숍에선 이를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 했다. 끝내 30명 중 18명 이상이 '볼록 경로'를 설문조사 답변 항목에서 삭제하라고 투표해서 공론화위에 요구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항의했다. 그런데 결국 넣었다. 다 누구를 위한 건가?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 참여자 8인은 지난 3월 25일 공론화위원회를 규탄하며 공동 사퇴했다. 공론화위는 의제숙의단 대다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 감축량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볼록 감축 경로'를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문항에 포함시켰다. ⓒ환경운동연합

"공론화위·전문가, 실패한 정책엔 침묵"

프레시안 : 그밖에 아쉬운 점은?

이보아 : 지금까지 왜 탄소중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냐는 점도 쏙 뺐다. 지난 정부들의 정책 실패다. 이를테면 아무 실효성 없는 기업 규제, 배출권거래제 등이다. '이런 규제 수단이 있다'고 언급만 했을 뿐, 결과는 어떻고 평가는 어떤지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결국 시민들이 마지막에 질문했다. "오늘날 그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라고. 규제수단을 설명했던 발표자는 동문서답했다. 해당 규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답했다. 현재 규제가 실효성이 적다는 질문도 나왔는데, "다른 규제도 함께 작동하면서, 기업도 스스로 바뀌고 있다"고 근거없이 막연하게 답했다.

프레시안 : 추후 공론화 과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라는 점은?

이용희 : 정말 실효성있고 실질적인 숙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 가령, 참가자를 '다 쪼개는 방식'의 공론화를 하면 좋겠다. 이렇게 300명씩 모이는 것보다, 분야를 나누든, 지역을 나누든 우리 현실에 맞닿은 문제 위주로 실효성 있는 토론이 가능하게끔 공론화 과정이 개선되면 좋겠다.

이보아 : 기후 공론화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찾는다. 누가 진짜 과다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는지, 기후 불평등을 얘기하지 않는 건 원인 규명을 하지 않겠단 거다. 기후 불평등을 제대로 직시하고 공론화해, 이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

또 일회성 공론화 행사를 넘어,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기후위기의 진짜 당사자를 앉혀라. 기후위기가 이슈가 되니, 부처마다 각종 위원회가 난립 중이다. 정부는 전문가나 산업계 인사만 이해관계자로 인정해 테이블에 앉힌다. 그게 아니라 노동자, 시민, 지역 주민 등 현장 당사자가 그들처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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