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희생자 4명 늘어 … 인재(人災)가 낳은 폭우참사

중대본 "폭우 사망·실종 48명" … 오송 지하차도엔 '인재' 지적 이어져

밤사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3명의 희생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폭우로 인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 전국 사망·실종자 수는 전체 48명으로 늘어났다.

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17일 오전 6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의 사망자 수는 세종 1명, 충북 15명(오송 12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총 39명이다. 실종자는 총 9명(부산 1명, 경북 8명), 부상자는 총 34명이다.

다만 오송 현장에선 공식집계 기준 시간인 오전 6시 이후로도 희생자 시신이 1구 더 수습됐다.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총 사망자 수는 40명(오송 13명)에 이른다.

최대 인명 피해 현장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 지하차도에선 현재도 배수 작업과 잠수부 투입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차량 통행 와중에 침수참사가 일어난 해당 현장에선 운행 중이던 차량 15대가 물에 잠긴 것으로 확인됐다.

배수 작업이 80% 이상 진행되면서 구조 당국은 이날 새벽 참사 현장을 언론에 일부 공개했다. 공개된 차도 중심부엔 여전히 상당량의 진흙과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당국은 마무리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분당 3만 톤(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을 투입해 물을 퍼내는 동시에, 고인 물에서 배출될 수 있는 유독가스를 고려해 공기 순환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일어났다. 지속적인 폭우로 인근의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6만 톤(t) 규모의 하천수가 지하차도에 급속도로 유입됐다. 이에 통행 중이던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그대로 물에 잠겼다.

사고 직후 현장에선 9명이 구조됐지만, 현재까지 시신 13구가 수습되면서 사고는 최소 13명의 희생자를 낳은 대형 '폭우참사'로 확인되고 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참사 당일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관할 행정관청이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참사를 둘러싼 인재(人災)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미호강에는 참사 발생 시각(오전 8시 40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에 이미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금강홍수통제소는 경보 발령 직후 행정안전부 등 중앙기관과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지자체 기관에 통보문을 발송했다.

이후 오전 6시 30분에는 하천 수위가 더욱 올라 홍수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수위 9.2m)에 도달했는데,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께 관할구청에 홍수가 심각 단계에 이르렀음을 통지하고 교통 통제의 필요성을 유선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1시간가량이 지나 오전 7시 40분께에는 인근 주민이 직접 오송 지역 119에 홍수 사실을 신고하기도 했다. 지하차도 침수참사가 일어나기 1시간 전의 촉박한 상황이었다. 신고자 장찬교(68) 씨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시 둑에 수위가 올라와 가지고 위에서 볼 때 육안으로 30㎝에 불과하게 남아"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8시께에도 112 신고가 들어갔다. 미호강 현장에선 당시 다리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임시 제방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는데, 제방의 물이 넘치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한 해당 건설현장의 감리단장이 직접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 달라'는 구체적인 내용의 신고를 경찰에 접수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비로 수위가 10m를 돌파한 오전 8시 30분가량까지 충북도청, 청주시, 흥덕구청 등 관할 기관에서는 차량 통행을 통제하지 않았다. 최초 신고자 장 씨는 참사 발생 전 미호강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행정에 연결해 대책을 세워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넸고, 119 측은 이를 시청에 알렸다고 밝힌 상태다.

충북도는 언론 등에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세부 매뉴얼과 당시 현장상황이 달라 사전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남겼다. 지하차도 중앙이 50㎝ 이상 잠겨야 도로 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폭우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하지만,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엔 현장을 통행 중이던 청주시 747번 시내버스가 참변을 당했다. 해당 버스는 오히려 폭우로 통제된 다른 길을 피해 궁평제2지하차도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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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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