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사적 채용' 의혹에 "인사혁신처 추천" → 인사혁신처는 "추천 안해"

'검사 출신 정치인'이자 '베트남전 전사자 아들'인 보훈장관 후보자…오는 22일 인사청문회

현직 국가보훈처장인 박민식 후보자의 국가보훈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 후보자가 국가보훈처 기금을 관리하는 위원회에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를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보훈처 해명이 번복되는 일이 일어났다. 박 후보자는 18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조직폭력배 사건 등을 수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처장을 지내고 있는 보훈처는 49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 및 보훈기금운용심의회' 민간위원으로 지난해 9월 김노은 변호사, 같은해 10월 김선옥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 중 김노은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일했던 법무법인 에이원 소속 변호사다. 김선옥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부산 북강서갑 의원이던 시절 한나라당 공천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국가보훈처는 두 변호사의 위원 선임 배경을 묻는 강 의원실 질의에 처음에는 "인사혁신처에서 인원을 추천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강 의원실에 "해당 인원을 보훈처에 추천한 이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보훈처는 "민간위원 후보자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DB), 단체 추천 등을 통해 보훈기금법 시행령의 요건을 갖춘 사람으로 구성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가인재DB는 국가기관이 민간 위원 등 위촉을 위해 활용하는 자료로 인사혁신처가 이를 수집·관리한다.

하지만 김노은 변호사는 국가인재DB에 등록되지 았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처가 국가인재DB 활용을 "인사혁신처 추천"으로 표현했다고 이해한다고 해도 초기 해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보훈처는 김노은 변호사의 선임 배경을 묻는 강 의원실 질의에 "위원의 연령, 성별,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촉했다"고만 답했다.

선임 배경뿐 아니라 두 변호사의 위원 자격에도 의문이 남는다. 보훈처는 인사혁신처에 '국가인재DB 사용신청서'를 내며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자격 요건으로 △ 민법·채권·상속·회계 관계 법률 전문가 △ 정부 및 정부투자지관 등 위원회 경력자를 명시했다. 강 의원실은 두 변호사가 채권·회계 관련 법률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김선옥 변호사는 둘째 요건인 정부 위원회 경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보훈처는 두 변호사가 회계 관련 법률 전문가임을 확인했는지 묻는 강 의원실 질의에 "위원 위촉 목적으로 활용된 자료를 모두 삭제 파기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18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을 지내면서도 '법무법인 하늘' 변호사를 겸직하며 조직폭력배 사건 등 16건을 수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있다"고 지적한 뒤 "국회법 위반이고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다.

박 의원의 사퇴 요구에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자 18건 사건에 이름 등재된 신OO 변호사 등이 보도된 의혹에 ‘사실 아님’을 사실확인서로 증명했다"며 "당시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에 대해 다수 소속 변호사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준비단은 "휴업 변호사의 경우 이름을 제외했어야 하나 해당 법무법인의 단순 행정 착오"라며 "특히, 당시 변론기일 등을 확인한 결과, 해당 날짜가 국회 회의, 해외출장 등과 겹쳐 사실상 물리적으로 변론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박 후보자의 해명, 정말 구차하다"며 "현역 국회의원이고 휴업 변호사로 충분히 문제될 수 있는 위법사항을 '단순착오'로 10명에 가까운 변호사와 그외 법인 직원들이 아무도 못 보고 2년을 넘겼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나?"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어 "한편, 그 '관행'도 문제가 있다"며 "해당 사건에 주된 담당 변호사가 누구고, 몇 명의 변호사가 해당 사건에 관여하는지는 사건 수임시 계약에 반영된다. 전관예우란 말이 왜 있겠나? 의뢰인들 입장에서는 수임 비용을 뻥튀기당했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변론기일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박 후보자는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고 법사위원으로서 사건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당 법무법인의 수익 활동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추정이 합리적"이라며 "직접 수임료를 받았느냐 여부와 무관하게 문제되는 사안이다. 박 후보자는 법사위에서 지식경제위로 상임위가 변경되자마자 다시 개업신고를 하고 본인이 겸직신고했던 '법무법인 하늘'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베트남 전쟁 전사자의 아들'로도 알려진 박 후보자는 검사 출신으로 한나라당에서 18~19대 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캠프 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 초대 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대선공약이었던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이 담긴 개정 정부조직법을 공포한 뒤 지난 9일 박 후보자를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참전유공자 주거환경 개선사업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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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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