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노동 없는 교육' 현실이 노동 혐오를 만들었다"

중학교 2시간, 고등학교 4시간이 노동교육 전부..."2022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변화 있어야"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청소년 30.6%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현장실습을 나가는 경기지역 특성화고 청소년 44%는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고용계약을 맺고 일한다. 같은 해 광주시교육청 조사에서는 일하는 청소년 49.8%가 '부당대우 및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노동자로 살 테지만, 한국의 교육은 노동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8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주최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다.

발제자로 참석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노동 교육이 정규 교과에서 큰 비중으로 다뤄지는 독일과 북유럽 국가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교육도 노동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독일에는 정규 교과에 노동학이라는 과목이 따로 있고, 프랑스에서도 학교에서 노사 모의교섭을 하게 한다"며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나 영국의 역사 교육을 봐도 노동운동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자세하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교육에서는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규교과로 보면 초등학교 때는 노동 문제를 아예 가르치지 않고 중학교 때 사회과에서 두 시간, 고등학교 때 세 개 선택 과목 모두를 합해 네 시간 가량 다루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광주교육정책연구소의 <광주 청소년 노동인권의식과 노동인권교육 실태>를 인용하며 "응답자의 88.6%가 '노동자'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고 56.5%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노동3권의 내용을 모른다고 답한 것은 부족한 노동 교육의 결과"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 없는 교육은 노동과 노조에 대한 혐오, 직장에서의 빈번한 부동노동행위로 이어져 사회 진보의 큰 걸림돌이 된다"며 "한국사회가 산재사망, 직장에서의 갑질, 폭언, 폭력 없는 사회가 되려면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제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해 오는 2022년 개정되는 국가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윤호 이천제일고 교사는 "시·도교육청 중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를 만든 곳이 있지만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노동인권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건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2022년에 개정되는 국가교육과정에는 노동에 대한 지식, 권리 등과 관련된 교육이 포함돼 모든 학생이 노동인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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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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