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비판하는 자, 입 다물라'는 민주당

황희, 최초 고발자 실명·사진 올려…이재정, SNS에 비판 기자 '좌표' 찍기

"아마 이번 주말 정도에는 분위기가 바뀔 것 같아요."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 추미애 법무장관 법률대리인. 지난 1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이었을까. 정부·여당에 최대 악재가 되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복무 관련 의혹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주말'을 전후해 공세적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는 정상적 대응이었다면, 이제는 문제 제기자 개인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추 장관 아들 관련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현○○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최초 제보자인 당시 당직병 현모 씨를 실명으로 지목하며 비판한 것이다.

황 의원은 "현○○이 '(추 장관 아들 서 씨는) 분명 휴가가 아닌데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육본 마크를 단 대위가 와서 휴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외압이다'라고 주장한 것이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시작이었다"며 "이후 현○○은 잠수를 타기 시작한다.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고 현 씨를 비난했다.

황 의원은 "이 엄청난 일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최초 트리거(방아쇠)인 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이 사건을 키워 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황 의원은 '그 목적과 취지'에 대해 "단순한 검찰개혁의 저지인지, 작년처럼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고 분열시켜 대혼란을 조장하기 위함인지"라고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전제로 또다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 씨의 제보 및 폭로 행위를 '범행'으로 규정하고, '공범 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편 후에, 현 씨와 '공범'들이 특정한 의도·목적·취지, 즉 범의(犯意)를 갖고 추 장관 아들을 모해했음을 전제한 다음, 그 범의는 '검찰개혁 저지' 등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놓은 셈이다.

황 의원의 대담한 주장과 제보자 실명 비판 등 공격적 행위에, 보수 야당은 물론 진보진영까지 발칵 뒤집혔다. 금태섭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12일 밤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다음은 금 전 의원의 글 전문(全文).

"국회의원의 '단독범' 발언

소속 정당, 여야, 진보-보수. 이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만약 그 주장이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 정신인가.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

촛불정신을 지키자고 한 것이 얼마나 지났다고. 정말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한 마디씩 하는 걸 들어보면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하루종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답답하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12~13일 SNS에 쓴 글들에서 "범죄자 프레임 만들어 한바탕 여론조작 캠페인을 할 모양"이라며 "아예 '문빠'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셈인데, 죄질이 아주 나쁘다. 이것은 시민사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위기감을 피력했다.

진 전 교수는 "(황 의원이 한 짓은) 국회의원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라며 "우리 사회는 고발당한 추 장관 아들의 이름도 감추어줬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피의자도 아닌 개인 실명을 적시하며 음모론에 가까운 허위사실로 '문팬'들의 공격을 선동하고 유도하는 짓을 했다. 이 용서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공격한 사건이다.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며 "이 분들 완전히 실성했다"고 격분을 토했다. 그는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더니 이제는 그걸로 국민을 찔러댄다"며 "추미애냐, 국민이냐의 갈림길에서 추미애를 선택해 한판 흐드러지게 붙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보니 그래도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황 의원의 행위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공익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한 행위를 법적·윤리적으로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르는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전날 "민주당 의원이 범죄자로 낙인찍은 당직사병은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누군가의 귀한 형제"라며 "자신들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27살 청년의 이름을 공개 재판에 회부하는 무도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추 장관 아들 한 명 살리기 위해 국민을 '공범'으로 모는 무도한 문재인 정부"라고 비난했다.

황 의원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댓글을 달아 "실명 공개는 제가 안 했고, 허위사실로 추 장관 공격할 때 TV조선이 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방송 인터뷰 화면 갈무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제보자 본인의 의사에 의해 실명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과, 특히 현재 한국의 정치적 환경에서 여당 의원이 제보자 개인을 '검찰개혁의 적(敵)'으로 실명 타깃팅하는 것은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의원 등의 '비판자 공격' 행동이 나온 것은 지난 11일 '추 장관 아들 관련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나 여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기관의 분석(☞관련 기사 : 추미애 의혹, 조국 사태 파급력만큼 크지 않아)이 발표된 이후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같은날 오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온라인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면서 추 장관 관련 의혹 제기를 싸잡아 "억지를 부리는 것", "검찰개혁안 등 추 장관의 업무를 갖고 얘기하면 모르겠는데, 이게 뭐 하자는 것이냐"고 일축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같은날 앞서 민주당 설훈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추 장관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법"이라며 "덮어씌우기가 성공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사안의 경중은 다르지만, 황 의원에 앞서서는 같은 당 소속 이재정 의원이 해당 사안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 실명을 SNS에 '태그'하며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모 일간지 기자가 자신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부정확하게 인용했다며 "기자님이 부정확한 정보 책임지셔야 할듯", "기사 작성의 기본을 놓친 실수"라고 비난한 데 이어, 해당 기자 실명을 태그한 것에 대해 해당 신문사 간부가 수 차례 전화·문자로 항의하자 지난 11일 재차 "명색이 진보언론이라는 ○○○(신문사) 책임자의 구태한 일 처리 방식"이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해당 기사를 보면 자신이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처리 문제는 육군규정도 미군 규정도 다 병립할 수 있는데 흡사 서 씨 주장이 부정된 것처럼 보도된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돼 있지만 자신이 실제 한 말은 이와 달랐다며 "직접인용 따옴표 함부로 붙이면 안 되는 것(은) 기사 작성 기본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이 의원이 '실제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주한미군 육군 600-2 규정에…(중략) '본 규정은 (…) 한국 육군 요원에 관한 어떤 방침보다 예규에 우선한다'고 돼 있다. (…) 일부 언론들은 군은 '카투사 같은 경우는 한국군 규정대로 한다'고 해서 흡사 서 씨 측 주장과 (군 당국의 주장이) 배치되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 일부 내용들은 한국 육군 규정을 차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면서 600-2호 규정에 의해서 별도로 규정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 이런 종합적인 체계 하에서 전체 규정을 살피면 군의 해명도, 서 씨 측의 해명도 둘 다 병립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흡사 공식적 발표에 의해 서 씨 측의 주장이 부정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축약'해 보도한 기자에 대해 실명 공격을 한 시점은, 해당 발언이 '이 병립은 또 뭔가'(조선일보 온라인판) 등의 제목으로 보도되며 비판·조롱의 대상이 된 이후다. 이 의원의 '실제 발언(위 인용문)'을 "육군 규정과 미군 규정이 병립할 수 있다"고 요약해 인용한 곳은 그가 문제를 제기한 신문사 1곳뿐만이 아니라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한 거의 모든 언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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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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