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윤미향 비판했지 위안부 운동 비판했나" 文대통령 비판

원구성 진통 속 공수처·윤미향·북한 등 소재로 전방위 공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면 비판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한 지 12일 만이다. 주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비판한 소재는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문제, 대북정책 등 다양했지만, '협치' 분위기에 일조했던 그가 갑자기 전방위적 비판을 한 배경으로는 21대 국회 원(院)구성 문제가 꼽힌다.

주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미향 사건과 관련한 어제 대통령 말씀은 대단히 의아스럽다"며 "국민들은 위안부 운동을 앞세워서 자신의 이익만 채우고 심지어 회계 불투명, 치부(致富) 의혹까지 있는 윤 의원을 비판하는 것이지, 위안부 운동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이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주 원내대표가 겨냥한 것은 이 발언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윤 의원을 수사하고 횡령이 있는지, 개인적 치부가 있는지 밝혀 달라는데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급이 없이 동문서답 이야기를 하셨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국민과 대통령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대통령이 왜 저런 인식을 할까'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공수처 설치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기구인데도 야당이 부정적인 것은 의아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사실상 추천하는 공수처장이 대통령 주변 권력을 어떻게 제대로 감시할 것이냐"며 "대통령 말씀이 사실이라면 공수처장 추천권을 야당에 넘겨줘야 진정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대통령 권력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느냐"며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했던 최강욱 의원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1호 수사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라고 했고, 추미애 법무장관도 공수처로 검찰을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조하고 있어 뜬금없고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공수처는 대통령 특권을 수사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그렇다면 1호 수사 대상자는 대통령 측근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며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을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을 3년째 비워두고 있으면서 뜬금없이 이제 와서 '공수처는 대통령 측근을 수사하기 위한 것인데 왜 야당이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한 인식이나 계기 자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대북 전단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단 금지법 즉시 하겠다고 여권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나오는 것에서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참히 무너졌다"며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니까 이제는 북한이 대한민국 알기를 아주 그냥 어린애 취급 내지 안하무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이 정권은 간, 쓸개 다 빼주고 비굴한 자세 취하면서 하나도 상황을 진전시킨 게 없지 않느냐"며 "이런 식으로 계속 저자세, 비굴한 자세를 취하니까 갈수록 북한의 태도가 오만방자해지는 거 아니냐"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구성 협상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12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여당이 18개 국회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독식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상임위 배정을 먼저 해야 되는데, 저희들은 상임위원장 배분이 안 되면 배정표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 강제로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배정하고 난 다음에 (위원장을) 뽑을 수 있게 돼 있다"며 "국회의장도 원구성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뽑으면 안 된다고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은 당적을 이탈해서 중립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박병석 의장, 전혀 중립이 아니다"라고 신임 국회의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처음부터 하는 말이 '법대로 하겠다', '결단하겠다'(고 한다.) 그 말은 민주당 편 들겠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역대 의장들이 이렇게 촉박하게 독촉하고 압박한 적이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앞서 언급한 공수처 문제와 연계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권력 감시와 견제의 핵인 국회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양보하라고 하고 야당인 통합당에 (위원장직을) 줘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말씀하셔야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의에서 "민주당이 강요에 가까운 협박을 하는데, 저희가 기댈 것은 국민 여론밖에 없다"며 "저희는 수단이 전혀 없다. 도와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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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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