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갈등 '일시 휴전'…12일까지 추가 협상

박병석 의장, '상임위 정수개정 특위' 통합당 제안 수용

21대 국회 원(院)구성 문제를 놓고 대치를 벌이고 있는 여야가 최대 쟁점인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해 사실상 닷새 간의 추가 협상기한을 갖기로 했다. 미래통합당의 '상임위 정수 개정 특위' 구성 제안을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수용하면서다.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위원 수를 고쳐 정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오는 10일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통합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특위 구성안이 합의됐다"며 "박 의장께서 수용했고, 민주당도 수용했다. (특위의 결과물인) 규칙 개정안은 오는 10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야는 앞서 주말 동안 이어진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국회법상 시한이 8일까지라는 점을 들어, 협상이 불발되면 18개 위원장직 전체를 8일 본회의에서 투표로 단독 선출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통합당은 이에 대해 "일방적으로 하겠다면 저희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하려면 법을 지키고 하라"(주호영 원내대표)라는 전술로 맞섰다. 통합당의 논리는, 어차피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려 해도 각 위원회 정원을 조정하는 절차는 필요하니 "규칙 의결을 먼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절차적인 명분을 강조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만큼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

국회 상임위 위원 정수는 지난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 결과에 따라 현재 운영위 28인, 법사위 19인, 정무위 24인 등으로 돼 있고, 부동산 의제를 다루는 주무 상임위로 지역구 의원들이 가장 탐내는 자리인 국토교통위에는 무려 30명의 위원이 배정돼 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통합당 비대위 회의 전후로 언론에 낸 메시지에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대책이라든지, (여당) 자신들이 주장하는 '한국판 뉴딜'을 위해 상임위 정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방역 문제가 중요하다면 (현재 22명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정수를 늘려야 하고, '한국판 뉴딜'이 중요하면 그쪽 상임위가 강화돼야 하지 않느냐"는 명분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상임위 정수 조정을 위한 국회 규칙이 통과되더라도, (원내 정당들이) 각각 상임위에 몇 명의 인원을 배치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20대 국회 때와는 의원수 변동이 있기 때문에 각 상임위원 수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이 전날 협상장에서 '각 당 모두 8일 정오까지 희망 상임위 배정표를 제출하라'고 조속한 타결을 압박했지만, 이에 대해 야당이 "어느 상임위에 몇 명을 내야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낼 수가 없다"(주 원내대표)라고 맞받은 셈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주재 회동 현장에서 "(통합당의) 이 제안이 시간끌기를 위한 제안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야당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적인 만큼 일단 규칙 개정 특위 구성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과 여야는 상임위원 정수 개정을 위한 특위를 민주당 6인, 통합당 4인, 비교섭단체 1인 등 11인으로 구성하고,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의장실에서 추가 회동을 갖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즉 여당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하는 카드는 일단 유예한 셈이다.

한 공보수석은 "오늘(8일) 본회의에서는 규칙개정 특위 구성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오늘은 상임위원장 선출은 없다"고 확인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렸고, 여야는 특위 구성안만을 처리(재석 269인, 찬성 263인, 기권6)하고 곧바로 산회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박 의장 주재로 재차 회동을 가졌고, 박 의장은 여야에 "12일 오전까지 상임위원 선임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 수석은 전했다. 12일까지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원을 강제 배정함으로써 여당의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후 상임위원 선임, 위원장 배분 관련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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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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