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족발' 눈물, 결국 국회 앞 1인 시위로

"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 민생은 뒷전 아니었나"

"한국당과 민주당 모두 정치게임에 민생을 뒷전으로 둔 거 아닌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 사라지려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이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7일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을 운영하는 사장 김 모 씨는 임대료 문제로 오랜 갈등을 빚어오던 가게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2016년 건물을 인수한 이 모 씨는 임대료를 월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김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관련 보도 ☞'갓물주'의 나라에선 '알바생'만 약탈자다) (관련 보도 ☞"나는 손가락이 잘린채 질질 끌려나왔다")

ⓒ프레시안(박정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제2의 궁중족발'이 생기지 않도록 발의된 법안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발의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총 23건이 계류돼있다. 해당 개정안들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의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드루킹 특검 공방 속에 처리가 무산됐다. (관련 보도 ☞ '궁중족발' 피눈물, 국회가 또 외면했다)

현행 상가임대차 보호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 8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차인은 5년 동안만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것이다.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이전보다 100배를 올려도, 재계약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궁중족발의 경우도 계약갱신요구 기간인 5년을 초과했기 때문에 건물주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김 씨의 아내인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은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윤 사장은 "5년이 지나면 장사를 하던 어느 상인도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말이 보호법이지 임차 상인의 족쇄"라며 "보호 기간의 제한이 없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건물주의 재산권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 상인이 투자한 부분을 회수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기간 정도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서촌 궁중족발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어 윤 사장은 "국회가 계속해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서민들은 우리랑 똑같이 죽어날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자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중에 우리처럼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있다면 이렇게 방관하고 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할 일 안 하고 있는 동안 진짜 몸으로 열심히 노동하는 사람들이 죽어나는 상황이니 제발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위원회 공정경제팀장은 "한국당과 민주당 모두 정치게임에 민생을 뒷전으로 둔 거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한국당 탓만 하지 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가임대차 개정안 처리해주시길 제발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현행법상 상가 보호기간 5년으로는 임차인이 권리금과 시설투자를 통한 투자원금을 영업활동으로 회수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프랑스는 9년, 미국은 5~10년, 영국에서는 법원을 통해서만 임대차 종료가 가능한 것처럼 한국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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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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