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난'치면 더 높은 관세" 경고했지만 페덱스, 관세 환급 소송 제기…'혼돈'의 미국

유럽의회, 미·EU 무역협정 비준 작업 연기…WSJ "트럼프 정부, 대용량 배터리 등 6개 산업 관세 부과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뒤 전세계에 부과한 임시 '글로벌관세'가 24일(이하 현지시간)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무효를 계기로 무역협정을 뒤집으려 할 경우 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유럽연합(EU)은 협정 승인을 재차 연기했다. 위법 징수 관세 환급 방안이 불분명한 가운데 미 운송업체 페덱스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정부 상대 전액 환급 소송을 제기했고 미 민주당이 환급 법안을 발의하는 등 내부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법원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가지고 '장난'치려는 모든 나라들, 특히 수 년, 수십 년간 미국을 '뜯어 먹은' 나라들은 최근 합의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것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통해 부과한 관세를 위법 판결했지만 각국이 기존 무역합의를 뒤집으려 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위협이다. 한국 등 세계 각국은 이번에 무효화된 이른바 '상호관세' 위협 탓에 대미 투자 조건 등을 포함해 미국과 무역합의를 맺었다.

이날 유럽의회는 불확실성을 들어 지난해 7월 체결된 미-유럽연합(EU) 간 무역협정 비준 작업을 재차 연기했다. 23일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을 보면 유럽의회 무역위원회는 다음날로 예정돼 있었던 미-EU 무역협정의 핵심 부분인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수입 관세 철폐안에 대한 표결을 연기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미국의 새 임시 관세로 인해 일부 상품이 무역협정이 규정한 15%보다 높은 관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설명하며 "미국 쪽이 해당 합의가 존중되고 있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원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유럽 동맹국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무협정 승인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게시글에선 "대통령으로서 난 관세에 대한 승인을 위해 의회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다. 오래 전 여러 형태로 이미 이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관세 부과 권한이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된 대법원 판결에 의해 재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위법 판결 난 IEEPA 근거 관세 외에도 관세 부과를 위한 여러 수단이 남았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법 판결 뒤 곧바로 국제수지 적자를 들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 10%를 매기는 포고령에 서명하고 다음날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24일 발효된 10% 글로벌 관세는 150일 시한으로, 연장되지 않는 한 7월24일 만료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해당 관세 연장을 막겠다고 밝혔다.

122조 외에도 불공정한 해외 무역 관행에 대한 행정부의 무역 제재 부과를 허용하는 무역법 301조,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는 수입품에 대해 상무부 조사를 거친 뒤 대통령의 수입 제한 조치를 허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 부과 수단이 남아 있다.

미국은 이미 232조를 이용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매기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 의약품, 무인기(드론), 산업용 로봇,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더해 트럼프 정부가 232조를 활용해 대용량 배터리, 주철 및 철제 부속품, 플라스틱 배관, 산업용 화학물질, 전력망, 통신 장비등 6개 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 안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상무부 관세 조사 결과 발표 및 관세 부과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지난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 조사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페덱스, 미 정부에 관세 환급 소송…민주당, 180일 내 환급 법안 발의

대법원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기징수한 관세 환급에 대한 지침은 내놓지 않은 가운데 미 기업의 환급 요구 소송이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23일 미 운송회사 페덱스는 미 국제무역법원에 "납부한 IEEPA 관세에 대한 전액 환급"을 요구하는 미 정부 상대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정부가 자발적 환급에 적극적이지 않아 기업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환급 문제가 "논쟁 중"이라고 주장하며 환급에 "몇 주,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 민주당 의원들은 관세 환급 법안을 발의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23일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상원 민주당 의원 22명은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모든 IEEPA 기반 징수 관세를 이자와 함께 180일 내 환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통신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모형(PWBM) 추산 결과 환급 대상 관세 규모가 1750억 달러(약 254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2024년 11월26일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 지역에서 미 운송업체 페덱스 배송 기사가 택배 상자 옆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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