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운명, '동성애 혐오' 보수 기독교계 손에?

국민의당, 자유한국당·반인권단체에 2연승 안겨줄까?

막혀 있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의 물꼬가 트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유감 표명'으로 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24일 전에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표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김명수 후보자의 운명은 '결정권'을 쥔 국민의당 손에 달렸다.

정국의 분기점은 추미애 대표가 18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른바 '뗑깡 발언'에 유감을 표하면서 마련됐다. 추미애 대표는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야당에 김명수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를 당부했다.

앞서 추미애 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낙마의 책임을 물어 지난 12일 국민의당을 '뗑깡을 놓는 집단'이라고 비판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당은 추미애 대표가 사과하기 전까지 김명수 후보자와 관련한 의사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추미애 대표의 유감 표명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대단히 미흡하지만, 김명수 후보자 인준 관련 절차 협의에는 응할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막힌 정국이 풀렸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유감 표명'을 받아들이면서 국회 의사 일정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해 오는 19일부터 예정되 해외 순방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만나 오는 24일 전에 본회의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만약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고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올리면, 자유한국당은 표결에는 참여할 뜻을 밝혔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인사 청문 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오는 24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어 임명 동의안을 표결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의사 일정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냈다.

보수 야당이 본회의 일정에 협조하는 이유는 국민의당의 의중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필사적으로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표 싸움을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만약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을 부결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 김명수 후보자에게도 반대표를 던지면, 자유한국당은 완벽한 2연승을 거두게 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표 계산'에 대해 "저희들도 기독교계라든지, 특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가진 측에서는 이번에 김명수 후보자 임명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역학 관계와 작용이 후보자 임명 통과 여부를 결정짓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국민의당 조배숙, 이용호, 이동섭, 장정숙, 최도자, 최명길 의원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정국'이던 지난 6일 "요즘 국민의당 의원들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는 국민으로부터 하루 수천 통의 '김이수 반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군대 내 동성애 처벌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 대변인도 지난 5일 공식 논평을 통해 "기독교계 등에서는 김이수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될 경우 자칫 군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제92조의 6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국민의당 내 '동성애 혐오' 표를 모으면 표 대결을 해볼 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제 김명수 후보자의 운명은 '자유 표결'을 천명한 국민의당 손에 달렸다. 만약 국민의당이 김명수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면, 자유한국당은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반인권적인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당이 김명수 후보자 임명에 동의하면, 헌정사상 유례 없을 대법원장 공백을 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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