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자유한국당 닮아가는 국민의당

안철수 "文 대북정책 유화론", 김동철 '동성애 혐오'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부터 '2중대'라는 말에 극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호남이 지역 기반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말도 들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MB 아바타'라는 음모론적 공격과 함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게 얼마나 한이 됐는지, 당 대선후보가 TV 토론에 나와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자폭성 항의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당 지도부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이런 음모론적 혐의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컬어 "나약한 유화론"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나약한 유화론이 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잘못된 신호 보낼 수 있다"며 "이번에는 분명하고 단호한 신호를 보내라"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갈 길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안보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평화를 이끄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같은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부는 한가하게 북핵 유화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며 "무능한 북핵 외교와 무책임한 평화 공세만으로 우리가 막무가내 김정은 정권에 대항해 살 길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다만 홍 대표와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을 보다 가열차게 펼쳐야 한다"며 전술핵무기 배치를 북핵 해법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그나마 국민의당은 아직 여기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당 당론은 아니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몇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직접 '핵'을 언급하지는 않았고, 이날 북핵 관련 세미나에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한쪽 극단에서는 북한이 핵을 쏘고 유엔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금 대북 지원을 하자고 하고, 또 다른 극단에서는 독자적 핵개발을 운운하는 무조건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실험 이후 펼친 정책 가운데 '유화론'이라는 비난을 들을 대목은 지난 14일 통일부가 발표한 800만 달러 상당(현금이 아닌 현물)의 인도적 지원, 같은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나온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의 통화 등을 통해 여전히 대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정도다. 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창한 '햇볕정책'의 핵심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6월, 생전 마지막으로 한 공개 연설에서 "비핵화는 절대적"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장거리 미사일도 포기한다면 줄 것은 줘야 한다. 그래서 외교도 해 주고, 경제원조도 해 주고, 한반도 평화협정도 맺고 이렇게 돼 있는 얘기"라고 하기도 했다.

소수자 인권에 대한 태도도 한국당을 닮아 가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 이날 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2012년 10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 학술대회에서 인사말을 했는데 그 대회에서는 동성혼 불허 대법 판결이나 군내 동성애 처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국제인권법 연구회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국제 법리를 소개하는 책도 발간했고, 김 후보자가 이를 기획하고 번역했다는 언급이 나온다"고 공격했다.

김 원내대표의 말은, 형식적으로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의혹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동성혼 관련 공부나 생각을 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모두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2016년 총선에서 '동성애 차별 반대'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도 낙선하지 않은 이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청문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을 "위증"이라며 공격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케 한다.

보수 야당은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핵심 반대 논거로 동성애자 인권 문제를 들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김 후보자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 문제'에서 국민적 법 상식과 동떨어진 분"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세미나 내용은 차마 입에도 담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데, 청문회에서 자신은 이름만 빌려줬다고 발뺌했다"고 비난했다. '개혁 야당'을 자임하며 이들과 선을 그어 온 국민의당도 이 지점에서는 '보수 야당'과 변별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는 대선 당시 "동성애는 허용·불허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5월 6일, 김유정 선대위 대변인)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권리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반대한다면, 대선 당시 밝혔던 입장이 별 고민 없이 내놓은 '모범 답안'일 뿐임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명수 후보자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부 독립을 지킬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판단할 것"이라며 "오로지 국민의당 의원 40분의 양심에 기초한 판단을 믿는다"고만 했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개혁' 야당으로 남을지는 당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소속 의원 40명의 '양심'에 달리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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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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