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야 합의가 진통을 겪는 상황 중에서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김현미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처리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국민의당이 "여야 합의서 작성 여부에 관계 없이 즉시 청문회는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하며 국토위 개의에 협조한 데 따른 것이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극적 무산'…이유는 추경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교섭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동은 예정 시간 직전 무산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시께 기자들과 만나 회동 취소 이유에 대해 "저쪽(여당)에서 '추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저희로서는 이번 추경 예산 심의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했다. "저희들은 이런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고, 저쪽은 추경을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여당에서는 어떻게든 이날 중으로 다시 회동을 추진하려 야당을 설득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이 무산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아직 협의 중"이라고 했다. '추경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단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추경 때문인 면도 있다"며 한국당 측의 말도 일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을 확보하라'는 청와대 '오더'를 받지 않았나 싶다"(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추경은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자,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 안 되면 합의 무효'라고 얘기했다"고 김 수석부대표는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상당히 합의를 이룬 부분도 있으나, 마지막 한두 문제가 남아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며 "결국은 추경 때문에 타결이 안 된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야3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3일 아침) 모여서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며 "민주당은 바로 추경 심의에 들어가자고 요구했지만 다른 당들은 당장 심의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일괄 타결이 안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추경 문제를 빼고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자 주 원내대표는 "그게 쉽지 않다. 추경이 걸린 거니까"라고 답했다.
추경안 심사를 이번 여야 합의서에 넣자는 것은 민주당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다. 당초 '추경안 편성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야3당 정책위의장 합의에 동조했던 국민의당은 이날 "추경은 한국당이 의총에서 반대를 결의한 상황이라서 합의문에 담기 어렵지 않겠나"라면서도 "추경도 조기에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김동철 원내대표)는 다소 변화된 입장을 내놨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 주 중에는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내용은 철저히 따져서, 국민들 민생 해결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심화 확대시키는 추경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당에서는 (추경안)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이 있다"면서도 "심사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가급적 심사는 조속히 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다른 당 입장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나머지 당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그래도 다음주 화·수요일(27~28일) 정도에는 추경 심사가 개시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즉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서에 추경 심사를 개시하자는 내용을 넣자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이에 동조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추경 심사에 동의하고 나서거나, 민주당이 여야 합의서에서 추경 부분을 제외하는 등의 양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원내대표 간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밤, 4당 원내대표 마주앉아 '구두 합의'…김현미, 구사일생 통과
현재 남아 있는 마지막 논점인 추경 문제를 제외하면, 여야 간 합의는 거의 타결 직전까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밤 4당 원내대표가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구두로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제 밤, 원내수석부대표들도 참가하지 않고 4당 원내대표끼리만 만났다"며 "오늘 (구두 합의를) 문서화하기로 했다. 여당에서 합의문을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만 "여당에서 추경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게 서로 합의가 안 됐기 때문에, 이것(추경)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합의문) 발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4당 원내대표 간의 '구두 합의' 내용은 청문회 등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정상 진행하기로 하고, 정부조직법 심사에 착수한다는 것 등이었다. 야당은 앞서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 검증 담당자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타 상임위도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런 요구도 더 이상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저희도 청문회를 보이콧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청문회 일정을 잡는 간사 모임에 저희가 불참한 것은 18일 강경화 장관이 임명됨으로써 '냉각기를 갖자'고 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래서 19~20일 냉각기를 가졌고, 오늘 합의문에 포함돼서 (발표)하게 되면 내일(22일)쯤부터는 청문회 일정을 잡자고 구두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간담회에서 "저희는 (추경에는 반대하지만) 청문회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청와대 참모들의 운영위 출석 부분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미 정상회담이 내일모레인데 바쁜 사람을 어떻게 오라고 하느냐'고 하는데, 어폐가 있지만 정 그렇다고 하면 저희는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 '어제 못 했으니 오늘 꼭 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원만하게 의사일정 합의를 보고 합의 하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으로서 충분히 명분을 쌓았다고 판단한다"며 "나중에라도 언젠가 상임위에 그 분들(조 수석 등)이 출석해서 해명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운영위 출석은 국민의당의 요구 사항이기도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5대 인사원칙 위반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청와대 인사 검증에 책임 있는 분들을 국회 운영위에 출석시켜 좀 따져봐야겠다는 것을 (여당에) 요구했다"며 "우원식 원내대표가 '7월 국회에서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때 청와대도 운영위 업무보고 형식으로 검증 시스템에 대해 따지게 해주겠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대통령 입장 표명'은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국회 정상화에 협조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아직 서면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국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또 내각 구성이 안 돼서 국정 운영이 조기에 안정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즉시 청문회만이라도 정상화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즉 "국민의당은 합의서 작성 여부에 관계 없이 청문회를 즉시 정상화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라고 김 원내대표는 선언했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선언에 따라, 이날 오후 국회 국토위가 개의됐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위원들이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의에 필요한 과반 의석 수가 확보된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불참했고, 한국당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소속 조정식 국토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18분 개의를 선언한 데 이어, 15분 만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날은 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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