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영춘에 "양호하다"한 이유?

청문회 분위기 '온화'…후원금, 민간 취업, 논문 중복게재 등 검증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4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김 후보자의 정치 후원금, 민간 기업 취업 전력, 논문 중복게재 의혹 등이 검증대에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분위기는 부드러운 편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2일까지 이 상임위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도덕성 관련 검증은 역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로 나섰다. 김태흠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07년 독립유공자 단체 임원들로부터 1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김 후보자가 의원 시절 독립유공자 유족의 범위를 증손자녀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독립유공자의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낸 데 대한 "입법 로비"가 아니냐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가 법 개정을 했을 때는 전혀 그 후원금을 내신 분들과 상의가 없었다"며 "후원금은 법안 발의로부터 몇 년 시간이 지난 일이고, 후원자도 이름 정도만 알지 친분이 있던 분이 아니다. 그 법안 발의뿐 아니라 제가 독립유공자 관련 활동과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후원금을 내신 것으로 생각했다"고 차분하게 해명했다. 단 김 후보자는 "당시에는 전혀 연관성에 대한 의식이 없이 (후원금을) 접수했지만, 김 의원 지적대로 그런 부분을 좀더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김 의원은 또 "2004년에도 삼화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를 했던 신삼길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며 "청탁의 대가가 아닌지 의심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그 분은 제가 개인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라며 "후원금을 받은 후에도 만나거나 청탁을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그 (후원금 접수) 시점은 나중에 세간에서 (삼화저축은행 비리가) 문제가 된 때와는 몇 년의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김 후보자의 민간 기업 근무 이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에 머물던 후보자가 서울 등 수도권 소재 기업의 고문 역할을 맡은 것이나, 동일한 시기에 2개 사업체의 고문을 맡은 것은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일하지 않고 월 200만 원이 넘는 고문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는 회사 일을 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 취업"을 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민간 기업 근무 이력을 자신의 경력에 기재하지 않은 데 대해 "2008년에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야인 생활을 하며 민간 기업 고문을 여기저기서 했는데, 생활 방편이었다. 경력으로 내세울 만한 직책이나 역할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부산에 머물 때에도 "서울 올 때마다 역할을 하거나 유선으로 자문에 응했다. 임원진과 가까운 사이고 멀리서도 소통할 수 있는 관계여서 제가 서울에 오거나 이 분들이 부산에 올 때 만나서 제 역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고문료는 "월 200~300만 원"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위장 취업" 부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위장 가입과는 거리가 있다"며 그는 "제가 일한 회사들에서 적절한 보수를 받았는지는 별개이지만, 고문 역할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제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처해서 고문 계약을 해지하자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동시에 2개 회사 고문직을 맡은 것과 관련해 그는 "경영고문이란 게 매일 9시부터 밤까지 근무하는 체제는 아니어서 두 회사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의원은 김 후보자의 석사 논문이, 그의 지도교수였던 서진영 고려대 교수의 보고서 일부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가 두 군데 다 썼다"며 "서 교수 논문은 통일원(현 통일부) 연구용역으로 북한 체제 변화를 예측하는 것인데 그게 1990년 12월이었고, 제 석사논문도 같은 달이었다. 서 교수 연구실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전반의 변동·개혁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그럼으로써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을 오래 같이(여러 연구자가 공동으로) 해왔고, 저는 그 중에서 소련 개혁을 맡았고 석사 논문도 그 주제로 썼다"고 했다.

그러자 권석창 의원은 '표절'이 아니라 '중복 게재'에 해당한다고 방향을 전환해 새로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27년 전 석사논문을 쓸 때는 그런 문제 의식이 없이 그렇게 했다"며 "중복 게재가 된 것은 사실이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만약 (서 교수 연구실의 공동 작업) 보고서를 먼저 내고 나중에 논문 작업을 했으면 인용이라도 했겠지만, 선후를 따질 수 없을 정도의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와서 인용하고 말 것이 없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서울 광진구 아파트 전세금을 한 번에 17% 올려 받은 것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 주장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금도 전월세 상한제는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 집 전세금이 과다하게 올라간 것이 마음에 불편했다"면서도 "전세금을 올려 받을 때도 시세보다 덜 받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집사람과 했고 세입자에게도 그 의사가 전달돼서 (세입자로부터) 제 집에 사는 것이 고맙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은 적 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모든 미수습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겠다"

그러나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도덕성 관련 검증도 통상의 여야 공방 수준에 비하면 매우 부드러운 수준이었다. 해수부가 조직개편 등 내용을 담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야당 청문위원들이 해수부에 거듭 자료를 요구했을 때 외에는 고성도 한 차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본인에 대한 문제보다, 전날 있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앞으로 국정을 같이 할 텐데, 이렇게 부동산·세금·성폭력·음주운전을 한 장관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다른 공직 후보자들을 간접 겨냥하면서 "(김 후보자는) 그 10분 중에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올리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다른 고위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과 관련, "앞으로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검증 기준 같은 것도 국회가 합의해서 새 시대에 맞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여론이 가장 중요한 척도 아니냐. 그런 여론을 의식하고 반영하는 인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정책 현안과 관련해서는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 바다모래 채취, 해경 부활 등이 언급됐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양안전 취약 요소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추모시설 설치, 4.16 재단 설립, 해양안전 체험관 건립 등 후속조치를 지원해 나가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체 조사와 관련해서도 "수색을 최대한 서둘러 모든 미수습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이번 사건은 우선 선사가 사고를 즉시 보고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생각"이라며 "선사에 대한 직접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고, 다만 선사가 제대로 안전 조치를 이행하는지 감시·감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 수색 선박을 추가 투입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산이 될지 모르겠지만 관계 부처와 협조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요청하고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과거 김 후보자가 "우리나라에는 미국이 시키면 뭐든지 다 하는 머슴들이 많다"는 발언을 하는 등 한미 FTA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지적하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10년 시간이 지났다. 당시에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에서 FTA가 한국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공포가 과도했다"며 "잘못된 예측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지금도 그때 그렇게 무리하게 관철해야 했는가, 돌아가신 어른이지만 그런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농축수산물만큼은 예외를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그는 "장관이 되면 수산인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도록 요구할 것이고, 그게 힘들다면 가액 문제라도 시행령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도 언급됐다. 김 후보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고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며 "해양수산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산업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런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 외의 다른 고려는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애초에 이 일을 맡기 전에도 부산시장 출마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고, 부산에서 귀한 지역구 의원직에 당선됐는데 의원 임기를 성실히 다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의원직에 임했다"고 하기도 했다. 3번째로 같은 질문이 나오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번에 장관 제의 받고 '아 그러면 부산시장은 안 나가도 되겠구나' 생각도 했다"고까지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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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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