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뭐길래' 현대중 하청노동자 고공농성

사내하청지회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겠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블랙리스트' 폐지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조선업 구조조정 속에서 블랙리스트로 인해 고용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2명이 11일 새벽 울산 동구 남목고개 고가도로 기둥에 올랐다. 이들은 4월 9일 자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서 해고됐다.

통상 하청업체가 폐업할 경우, 소속 하청 직원들은 다른 하청업체로 이직하는 식으로 고용이 승계된다. 하지만 이들 2명은 하청지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일명 솎아내기를 당한 셈이다.

(☞ 관련기사 : 현대중공업은 노동자를 어떻게 길들였나)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구조조정을 빌미로 현대중공업 원청에서 하청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2016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하청노조 주요 간부의 80%가 업체 폐업을 계기로 해고됐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구조조정 속에서 노조의 필요성은 하청노동자 누구나 공감하지만, 선뜻 나서서 뭉치지 못하는 이유는 '블랙리스트' 때문"이라며 "원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사내하청업체 이전과 취업이 원천 차단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고공농성에 나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려 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이미 2만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쫓겨났고 앞으로도 2만여 명이 더 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날 고공농성에 오른 두 명의 하청노동자는 "사실상 정리해고지만 희망퇴직으로 포장된 위로금도 받고 일부 보상금도 받는 정규직과 달리 하청노동자들은 어떠한 보상과 위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나마 아직 일하는 하청직원을 두고도 "기본급과 수당이 삭감되고 잔업과 특근이 사라져 월급이 반 토막 난 지 6개월이 넘었다"며 "상용직인 본공은 줄이고 2~3차 하청인 물량팀은 계속 늘려 극심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체계가 공고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정당함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려 한다“며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현실에서 보장되고 비인간적인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렵고 힘든 싸움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이제 현장에서도 결사항전에 나서달라.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그 한가운데에서 반드시 함께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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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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