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이유로 군인들 골프는 '불가', 정작 군 통수권자인 尹대통령은 골프 즐겨

추미애 "대통령 골프 칠 수 있지만 시간, 장소, 상황에 맞아야 하는 것"…尹, 한미 훈련 중에도 골프 쳐

북한의 평양 무인기 침투 주장으로 군 장성 및 고위공무원들에게 군 골프장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가 나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군 골프장인 태릉 체력단련장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보 위기 속 군인과 공무원에게는 골프를 자제시켜놓고 안보의 가장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골프를 즐기고 있던 셈이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10월 12일 토요일 바로 직전 날인 11일 북한이 남측으로부터 무인기 평양 침투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일에는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날, 그래서 안보 위기가 가장 올라가고 장성들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갔던 날인데 군 통수권자는 골프장에서 여유 있게 즐긴다면 국민이 국정을 신뢰할 수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추 의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10월 12일 토요일 군 골프장을 예약한 군 관계자들에게 10월 11일 저녁 "현 상황 관련, 장성 및 고위공무원, 국직부대장 주말 간 골프 운동 자제"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이날은 북한이 "한국이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고 주장한 날이다.

이에 10월 12일에 이미 예약한 군 관계자들은 줄줄이 골프장 예약을 취소했는데, 정작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태릉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이 추 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1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군 통수권자가 군 시설인 군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며 "(대통령의) 주말 비공개 일정과 관련한 악의적인 공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추 의원은 대통령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것은 그 골프장 이용을 시인했다라는 것이고 또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장관도 대통령께 직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군 골프장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 장소, 상황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매사에 시간, 장소, 상황에 맞지 않으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 중에도 골프를 쳤다고 전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24일 성남 한성대 공군 골프장을 이용했는데, 이때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이 있던 기간이었다. 이 훈련은 8월 19일에 시작해 29일에 종료됐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노무현 대통령도 골프장을 자주 이용했다면서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장관은 "대통령님의 일정과 활동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그렇게 자꾸 공론화하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역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골프를 많이 쳤다고 한다. 대통령의 주말이나 휴일 일정까지 지적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며 윤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을 야당의 정치공세 차원이라고 간주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대통령이 골프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의원들도 골프칠 때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지, 강원도나 충청도에 홍수가 나지는 않았는지 다 따진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대통령이 골프칠 때 국내에 중대 사건이 있으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주변 참모가 건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황 의원은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해 윤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8월에 트럼프 당선에 대비했으면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취미도 미리 알아보고 연습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라며 "부적절한 시기에 골프를 쳤고 해명하는 과정이 더 말이 안되기 때문에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료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이 골프장을 이용하면 앞, 뒤에 5개 팀 정도를 비우고 쳐야 하는데, 이 비용이 500만 원 정도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대통령 개인 비용으로 했는지, 아니면 경호 비용으로 했는지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의 골프장 이용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경찰 광역수사대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관계자 및 캐디들의 신상 정보를 가지고 갔다면서,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김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자 김 의원은 "국방부가 군 골프장에 대한 지휘‧관리를 하는데 모르나"라며 "군 골프장에 있는 캐디나 근무하는 관계자들은 다 민간인인데 이런 분들의 신상정보를 경찰 광역수사대가 영장도 없이 이렇게 했다면 완벽한 민간사찰"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의도는 뻔한 것 아니냐, 통신 조회에서 누구에 의해 (대통령 골프 일시가) 나갔는지 색출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며 "(관계자 및 캐디들의) 신상 정보를 갖고 앞으로 입 닫으라고 재갈을 물리고 이후에도 계속 골프장에서 이럴 때(국가 중대사안이 있을 때 대통령이 골프를) 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기도 한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추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부터 11월 9일까치 총 8회 군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월 24일 토요일은 성남 한성대, 9월 5일 목요일은 해병대 덕산대, 9월 7일 토요일은 남수원에 위치한 군 골프장을 이용했으며 나머지 5번은 모두 태릉 체력단련장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9월 7일 남수원 골프장 이용 당일에는 북한이 오물풍선을 연속적으로 부양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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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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